브랜드 저널리즘이란 용어가 유행처럼 번진 게 아마 작년말쯤인 것 같다. 많은 기사와 전문컬럼이 나왔고, 그때마다 코카콜라나 맥도날드, GE 혹은 레드불의 성층권 점프가 사례로 언급되었다. 드디어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도 브랜드 저널리즘(혹은 기업미디어플랫폼, 혹은 브랜드미디어 등 이름이 무엇이건 간에)에 대한 사례를 하나씩 더해가고 있는 것 같다. 브랜드 저널리즘이 가능해진 환경, 그리고 그것이 중요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가지 설명들이 있겠지만 그 중 다음의 세가지는 특히 짚고 가야 할 것이다.
할 말은 많고, 미디어는 제한되어 있다
달리 무슨 이야기가 필요한가? 이것이 브랜드가 (기업이) 브랜드 저널리즘을 가동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과거엔 활용할 수 있는 미디어 자체가 제한적이었다. 물론 돈을 많이 쓰면 많은 미디어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걸로 다 해결이 되는 건 아니다. 돈을 아주 많이 들인 미디어에는 아무 말이나 할 수가 없다. 반드시 그 비싼 미디어를 위해 선택되어진 정제된 소재의 컨텐츠만이 세상과 연결된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다. 일방향의 미디어만이 세상을 지배하던 시대가 지났다. 스스로 만든 컨텐츠가 자사의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마치 민들레 씨앗이 날아가 발화하듯 세상으로 확산된다. 타겟팅하여 푸쉬하던 메시지가 아니라, 필요하고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직접 찾아와서, 역시 관심있어 할만한 사람들에게 직접 그 컨텐츠를 뿌리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는 미디어의 제한이 문제가 아니다. 얼마나 내가 가진 것들 중에 좋은 컨텐츠를 양산해낼지가 문제일 뿐이다.
홍보가 아닌 정보, 광고가 아닌 컨텐츠
네이티브 애드의 시대에 살면서, 사람들이 잘 포장된 (광고성) 컨텐츠를 광고가 아닌 것처럼 받아들일 거라는 막연한 기대도 금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홍보보다는 정보가, 광고보다는 보고 즐길 수 있는 컨텐츠가 흥한다. 홍보의 냄새가 조금이라도 나면 바로 치워버리는 사람들에게도, 재미있고 유익해보이는 컨텐츠는 여전히 접근성이 유지된다. 브랜드 저널리즘은 미디언스(청중이 미디어의 역할과 청중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에 의존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 채널로서의 기능이 구축되고 나면, 컨텐츠의 힘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 컨텐츠라는 것의 세기와 완성도가 높아질 수록 브랜드 저널리즘의 성공도 가능해지기 때문에, (잘 운용이 된다면) 결과적으로 좋은 컨텐츠가 양산되는 틀이 되곤한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네트워크 세상엔 (사람들이 일말의 관심도 보이지 않는) 브랜드의 광고가 아닌, 사람들이 직접 소비하고 유통했던 유익한 브랜디드 컨텐츠로 채워져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브랜드의 보이스로 커뮤니케이션
많은 관계자들이 잘 모르거나 간과하는 점이다. 브랜드 자체의 미디어를 구축했을 때 가장 좋은 것은, 자사의 컨텐츠가 다른 미디어에 의해 각색되거나 변조될 우려가 상당히 줄어든다는 점에 있다. 다른 매체를 통해 자신의 컨텐츠가 (계획된 것이든 아니든간에) 유통되는 상황에서는 메시지나 톤앤매너는 상당히 변화되거나 각색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자신의 매체는 자신의 컨트롤 영역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브랜드 저널리즘의 작법은 객관성 유지에서 시작되기는 한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이야기하는 척 하더라도, 그 안에 담길 브랜드 스토리나 정보들을 자신의 입으로 말하는 자랑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커뮤니케이션하는 셈이다. 사람들을 모으는 최초의 과정은 물론 지난할 것이다. 하지만 그 성장의 이후엔 이렇듯, 세상에 다시 없을 브랜드만의 미디어 채널이 탄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