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CEO인 제프 베조스는 Code Conference 2016에서 음성인식 가상비서인 알렉사(Alexa)이 아마존 비즈니스의 4번째 기둥이라고 강조했다. 기존의 기둥이라고 한다면 순서대로 보면 리테일과 아마존웹서비스(AWS), 그리고 아마존 프라임이다. 모두가 상당한 성과를 거두며, 아마존이라는 회사의 입지를 확장시킨 공로가 있는 것들이다.
국내에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지만, 알렉사는 아마존이 제작한 인공지능 블루투스 스피커 아마존 에코(Amazon Echo)에 살고 있는 음성비서이다. (애플의 시리나 MS의 코타나를 생각하면 된다.) 인공지능 스피커도 가상비서도 모두 아직까지는 생소한 영역일 것 같은데, 에코는 미국에서만 이미 300만대 이상이 팔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미에 한정하자면 가정용 음성 어시스턴트 단말기라는 것이 더이상 생경한 것도, 경험하지 못해본 미지의 영역도 아니라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아마존에서도 이러한 성공을 미리 예측하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아마존 내부의 여러 인사들이 이미 인터뷰를 통해 밝혔듯이, 처음 런칭 시점에 예상판매량을 낮게 (혹은 현실적으로…) 잡은 탓에 폭주하는 사전예약을 다 수용하지 못하고 수많은 고객들이 몇달간 주문대기 상태에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이슈가 오히려 관심을 증폭시키기도 했을 것이다.
어쨌거 나 아마존이 이룬 성과는 특별한 가치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경험재(experience goods)라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나 가상비서의 대중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처음부터 그런 비전을 그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존이 알렉사를 통해 전개하려고 하는 IoT 전략을 가장 현실적이고 파급력있는 전개로 많은 이들이 평가하고 있다. 브릴로와 같은 플랫폼과 OS를 통해 그림을 그려나가는 구글이나, 거실과 차에 들어가는 디바이스 중심으로 폐쇄적 생태계를 만들려고 하는 애플에 비교했을 때 아마존의 그림은 이미 상당부분 스케치가 완료되었으며 빠른 속도로 채색이 가능한 것으로 느껴진다. 이미 핏빗(Fit Bit) 등에서 알렉사 기술이 적용되어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단지 기술협력에 그치지 않고 코브랜딩(Co-Branding)으로 봐야할 이런 케이스들은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전개의 밑그림이 ‘정서적 경험’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알렉사가, 초기엔 더욱 그러했고 여전히 발전의 여지를 남겨둔, IT 신기술의 보급과 확장 과정에서 고객의 동조와 환호를 얻어낸 지점은 의외로 기능적 만족보다 정서적 즐거움에 있다. 애초에 대화를 통한 인터페이스라는 경험 자체가 정서적 유대감으로 쉽게 전이될 수 있는 환경이다. 당연히 기계는 기계일 뿐이지만, 기능적인 요청과 해결만으로 이 경험을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상호작용가운데 음성인식의 트리거에 해당하는 호출명인 ‘알렉사(Alexa)’라는 이름도 구글의 ‘OK, Google’과 달리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경험을 하게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보자면 탁월한 선택으로 평가받고 있다.
결국 어떠한 정서적 즐거움을 설계할 수 있느냐가 IoT나 ICT 영역의 신기술 제품에서 우선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 되었다. 서비스와 컨텐츠, 감정에 기반한 경험이 Key라는 것이다. 증강현실(AR)이라는, 나온지는 오래되었는데 여전히 생소하고, 그렇다고 딱히 새롭지도 않은 느낌의 그 기술이 포켓몬GO를 통해 화려하고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기술은 거들 뿐. 미래의 기술의 현재로 착륙하기 위한 활주로는 사람들의 감정과 감성 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