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의 케즘은 어디에 있는가?
시장은 열린 것 같지만 여전히 초기라고 봐야 한다. 이미 주변을 보면 FitBit이나 미밴드를 찬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그러나 대중화와 보편화의 이면에는 여전한 허들과 장벽이 보인다. 많은 신기술들과 신제품들이 그러하듯, 웨어러블 역시 초기 수용자를 넘어 가장 보편화된 확산을 위해 넘어야할 인식과 실제 혜택 상의 과제들이 있다. 그리고 이를 보는 것이 다른 IoT와 ICT 신기술들의 대중화에도 중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데이터가 아닌 정보
확실히 웨어러블 디바이스들의 기술은 발전했다. 디자인도 훌륭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그것을 통해 주는 것이 데이터(Data)에 머무르고 있다는 인상이 크다. 사용자의 심장박동 수가 얼마인지, 활동량은 얼마인지, 밤 사이 잠자리에서 얼마나 뒤척였는지, 이런 데이터들는 참으로 신기하다. 하지만 이런 신박함은 금새 ‘So what?’이 되어버린다. 정말 이것이 내가 궁금해했고, 내게 유용한 정보인가? 솔루션이 아닌 현상만을 제공하는 디바이스는 실제로는 큰 의미를 주지 못한다. 단지 데이터가 아니라 정보(Info)이기 위해서는, 나에게 구체적인 동시에 아주 쉽고 친절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구슬이 서말이어도, 그걸 왜 유저가 스스로 꿰어야 한단 말인가? 이러한 것을 깨닫는 순간, 웨어러블을 벗게 된다.
테크가 아닌 라이프스타일
단지 테크노포비아만이 문제는 아니다. 의외로 문제는 내부에 있다. 가장 공급자마인드가 강하게 작용될 수 있는 순간이 새로운 기술의 상용화 단계이다. 인지과학자 Donald A. Norman 교수는 “웨어러블 기기의 대부분 기능은 그냥 그것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새로운 기술은 실제의 삶에 녹아들고 일반적인 사람들의 삶에 수용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제품마다의 경쟁이 발생하고, 경쟁의 날은 반드시 ‘기술의 앞선 정도’가 아닌 ‘고객의 삶이 얼마나 이해했는지의 정도’에 의해 날카로워진다. 기술이 충족시키고자 하는 Needs를 회사안에서 찾아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누구도 쉽게 그 기술에 대한 효용을 체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성비의 룰 : 체감되는 필요와 가격
새롭게 열리는 기술의 시장은 대체로 가성비가 낮은 편이다. 그 중 누군가는 (특히 샤오미같은 회사는) 반드시 낮은 가격대에서 만족스러운 가성비로 경쟁의 활로를 넓힐 것이다. 하지만 가성비라는 것은 언제나 성능 대비 가격이다. 성능이 만족할만큼 뛰어나다면 그 제품의 가성비는 높은 가격에 불구하고 만족스러움으로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상당한 경험과 안목을 갖춘 얼리어답터가 아닌 일반 고객의 입장에서) 여전히 그 성능에 대한 평가가 어렵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내가 지불하는 이 가격이 어떤 성능에 의한 것이며, 그 성능은 나에게 만족스러운 경험을 줄 수 있을지 미리 예측하기가 어렵다. 왜 이 제품을 이 가격에 사야하는지를 납득시키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의외로 그것은 성능이나 기술이 아닌 이미지나 감성의 영역일 수도 있다.
삶으로 가장 깊게 침투하라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미래는 분명 밝다. 경험은 이미 축적되어가고, 경쟁은 더 첨예해지며, 그 과정에서 더욱 멋진 경험들을 만들어 갈 것이다. 앞으로 이 과정을 보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필요하지 않았던 것에서 필요를 찾게 되고, 요구하지 않았던 것에서 더 큰 편리함을 얻게 되는 과정은 다른 신기술들의 시장진입에 좋은 레퍼런스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결국 하나다. 어떤 의미있는 정보라도 그것은 기존의 삶을 방해하는 형태가 아니어야 하며, 새로운 이해를 구하지 않도록 반드시 직관적이고 쉬워야 하고, 마침내는 사용자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 존재의 의미를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