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전문성은 이제 기존 미디어의 전문성과 견줄만하다. 1인 콘텐츠의 평균적인 퀄리티는 ‘쓸데없이 고퀄’이란 유행어만으로도 쉽게 가늠해볼 수 있다. 지나치게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생활밀착형 콘텐츠는 기존 미디어가 긁어줄 수 없었던 가려운 속내까지 시원하게 긁어준다. 동영상 콘텐츠 제작의 대중화는 다양한 채널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MCN 사업을 만나 영향력의 범위가 더 확대됐다. 실제로 TV 방송 광고보다 네이버 동영상 광고가 효과적이고, 1020 타깃 화장품 모델에는 유명 배우보다 뷰티 크리에이터가 낫다는 말이 기정 사실화 되어가고 있을 정도다. 골리앗 같던 방송사와 미디어 기업, 스타 엔터테인먼트 기업까지 다윗이 던진 시류에 휘청거리기 시작하고 있다.
주류가 된 비주류, 주인공이 된 소비자
올 9월 초, 성황리에 진행된 유튜브 팬페스트(Youtube FanFest)에는 2천여명의 관람객이 참석했다. 전년 대비 두 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CJ E&M의 MCN 전문 채널 ‘다이아TV’가 앞서 주최한 다이아페스티벌(DIA Festival)은 첫 회였음에도 3만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이 정도면 주류 뮤직 페스티벌 관람객 수와 맞먹는다. 정량화되지 않은 정성적인 관찰 결과도 있었다. 유튜브 팬페스트에 참석한 방송국 관계자가 말하길, 유명 크리에이터에게 환호하는 팬들의 열기가 음악방송 녹화장에서 아이돌에게 환호하는 열기에 비교할 수 없을만큼 더 뜨거웠다고 한다. MCN이 가장 떠오르는 주류 문화로 자리잡았음에 틀림 없다.
크리에이터와 팬이 만나는 유튜브 팬페스트(Youtube FanFest)는 페스티벌을 주최하는 관점부터 다르다. K-POP페스티벌, 드라마페스티벌 같은 콘텐츠 중심이 아닌, 팬과의 소통이 주제인 페스티벌이다. 이 곳에 참석한 팬들은 박수 대신 동영상을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며 환호를 보낸다. 소비자가 콘텐츠를 수신하는 동시에 발신하는 역할까지 하는 것이다. 페스티벌 중 콘텐츠가 재미 없으면 공연장을 빠져나가지 않고도 모바일을 통해 온라인 콘텐츠로 빠르게 이동한다. 손가락 하나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공간이 순식간에 전환된다. MCN 콘텐츠에 대한 소비가 기존의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소비와 다른 점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이 아닌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이 주도권을 갖는다는 점 말이다.
피할 수 없는 흐름 : 시류와 소통할 것
콘텐츠 소비의 주류로 떠올랐으나, MCN 사업의 수익 창출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아직까지 국내MCN 사업이 기존 미디어에 대응할만한 ‘수익적 기록’을 보여준 적은 없었다. 향후 수익 확대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해법을 찾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MCN을 향한 콘텐츠 소비의 흐름은 분명하게 포착된다. 5세부터 콘텐츠를 모바일로 소비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대. 1020 세대는 TV 곁을 떠난지 오래다. 그들 모두가 모바일로 온라인 콘텐츠를 소비하는게 더 익숙하다. 변화에 대한 의구심이 지금 뿐이었겠는가. 페이스북은 신입 마케터나 이해하고 활용하는 미지의 세계일 때도 있었다.
9월 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MCN협회의 ‘모바일 동영상 비즈니스 모델 2.0 구축방안 포럼’이 진행되었다. 이 날 MCN협회는 소비자 행태에 주목할 것을 강조했다. 포럼 중 김태옥 네이버 TV 캐스트 리더는 “최근 성공한 영상 콘텐츠는 포맷(형태)보다는 사용자의 이용 행태에 주목하고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제작한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예를 들어 ‘프로듀스 101’은 팬과 아이돌이 온라인 등에서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조영신 SK경제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역시 컨텐츠 소비자와의 소통을 강조하며 “시청자와 상호작용하는 문법에 대한 이해가 높은 쪽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MCN시대를 체감하지 못하는 3040 마케터들이여, 두려워하지 말자. 언제나 채널과 콘텐츠의 형식은 변화해 왔고, 브랜드는 그때마다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자와 소통해왔다. 그리고 그 변화를 증폭시킨 중심에 브랜드가 있었다. MCN이 실효성에 관해 의심할 시점은 지났다. 이제는 거대해진 다윗의 시류에 타올라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