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이란 무엇인가?

‘팬덤’이라 하면 흔히 아이돌팬덤을 떠올릴 것이다. 팬덤이란 무엇인가? ‘광신자’를 뜻하는 영어 ‘fanatic’과 ‘영지’ 또는 ‘나라’를 뜻하는 접미사 ‘dom’의 합성어로, 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여 그 속에 빠져드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인물, 분야에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강하고 빠르게 움직인다. 그만큼 사회와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뜻이다. 팬덤은 단순히 자신이 좋아하는것을 집단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 사이에서 느낄 수 있는 소통, 연대, 결속, 우정 등과 같은 공동체적 가치로 인해 삶의 의미와 보람까지도 공유하는 매우 독특하고도 강력한 공동체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아이돌스타의 팬덤은 가수의 새로운 음원이 나오면 여러개의 음원사이트에 아이디를 만들어서 ‘스트리밍’을 하고, 앨범을 여러장 산다. 커뮤니티에서 서로의 스트리밍을 권장하며, 효율적인 방법을 공유하고, 그것을 인증하면서 서로 칭찬하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자신의 가수가 음원사이트에서 일위를 하거나 이어서 음악방송에서 수상을 하면, 인터넷 상에서 서로를 부둥켜 안고 보람과 희열을 느낀다.

브랜드팬덤은 이럴때 생긴다

이런 현상은 ‘브랜드 팬덤’에서도 똑같이 일어난다. 애플빠, 할리데이버슨을 사랑하는 호그(HOG), 코카콜라가 아니면 콜라를 마시지 않는 사람들처럼, 팬덤을 등에 업은 브랜드는 마음이 든든하다. 브랜드팬덤의 구성원들은 항상 그 브랜드를 몸에 지니고 표현하며, 자처해서 홍보를 하기도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고,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는 일종의 ‘종교현상’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아이돌이 팬들의 ‘덕심’을 자극시키는 것 처럼, 브랜드가 팬덤을 불러모으는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

1. 아이콘이 필요해!

사람들은 저마다 원하는 이상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품은 무언가를 동경한다. 그것을 ‘아이콘’이라 하는데, 멋진 아이콘을 가지고 있을때, 브랜드의 가치관은 확실해진다. 그 가치관과 아이콘을 동경하는 사람들은 하나둘씩 모여서 팬덤을 형성하고 열광하게 된다. 대표적인 예로 애플의 ‘Think different’를 외치던 ‘스티븐 잡스’가 있다. 잡스는 글로벌 기업의 대표 그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혁신이라는 단어를 새롭게 보게 한 사람이다. 애플의 ‘아이폰’에 열광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많은 사람들은 잡스의 가치관, 그가 일궈온 애플의 지난날들에 큰 관심을 쏟았다. 잡스의 ‘혁신’ 이 애플의 제품에 그대로 투영되어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2. 내가 키운 브랜드… ‘참여감’

아이돌 팬중에서도 ‘골수팬’들은 더 애틋하다. 데뷔 전부터 지켜봐온 팬들은 가수의 인기와 위상이 점점 성장하는것에 뿌듯해하고, 마치 부모의 심정처럼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샤오미’의 팬덤 ‘미펀’은 샤오미가 첫 제품을 출시할 때부터 함께했다. 서비스, 브랜드, 소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함께한 사용자들은 샤오미가 지금까지 성장해온 과정에 자신들의 공이 있음을 뿌듯해한다. 이처럼 소비자가 갖게 되는 ‘참여감’은 브랜드와 팬덤이 같이 성장해 나갔다는 동질감과 소속감을 느끼게 해준다.

3. 덕심에 불을 지르는 ‘감각’

첫눈에 끌리고 볼수록 중독되는 요소 때문에 소위 말하는 ‘마니아’가 되곤 한다. 할리데이버슨의 ‘호그(HOG)’들은 다같이 모터사이클을 타며 질주할때의 굉음에 매료되고 집착하며, 다수의 ‘애플빠’들은 애플의 절제된 디자인과 ‘한입 베어 문 사과’에 덕심을 불태운다. 고객이 매료될만한 무엇은 대부분 적당함을 넘어선 완성도에 있다. 기업의 공산품이지만 장인의 작품처럼 아우라가 있는 제품, 디자인 말이다.

함께 만들어나가는 마리몬드

최근들어 팬덤이 확장되고 있는 예로 ‘마리몬드’가 있다. 마리몬드는 ‘존귀함의 회복’이라는 목표를 가진 디자인제품 브랜드이다. 위안부 할머니의 작품으로 만든 폰케이스, 에코백으로 유명하지만 마리몬드의 목표는 위안부 할머니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존귀함을 재조명 하는 것이다. 마리몬드는 현재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깊은 팬층을 형성하고 있는데, 그들은 마리몬드의 무엇에 열광하는걸까?

가장 큰 이유는 ‘깊은 소통’이라고 할 수 있다. 마리몬드는 그저 디자인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들의 일상에 대해 이야기 하고 위로해주는 역할을 한다. SNS계정을 통해 사소하지만 소중한 일상들이나 위로가 되는 글귀를 꾸준히 올리면서 마리몬더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자기발견학교’나 ‘부모학교’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소비자들의 깊은 참여를 이끌어 내고있다. 또한 ‘마리몬드 투어데이’를 매달 진행하여 마리몬드에 대한 질문이나 의견을 받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이러한 소통은 제품에 반영되는데, 그로인해 마리몬더들은 참여감을 느끼며 이 브랜드를 특별하게 여긴다. 또한 사람들은 마리몬드의 제품에 ‘명분’ 이 있기 때문에 꾸준히 소비한다. 일상적인 제품 속에 새겨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작품으로 인해 우리는 항상 기억할 수 있고, 기부로 이어지는 의미있는 소비를 할 수있다. 기부금액의 현황은 정기적으로 홈페이지에 기재되는데, 마리몬더들은 기부금액의 숫자가 늘어가는것을 보면서 뿌듯해 한다. 아직 시작 단계인 마리몬드는 마리몬더들과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식지 않는 레고열풍

‘키덜트’문화가 보편화되면서 더이상 소수가 아닌 문화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세계에서 6번째로 큰 완구회사로 성장한 ‘레고’ 역시 키덜트들의 사랑을 받고있다. 레고는 취미인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아이들의 놀이완구가 아닌 ‘어른들의 판타지’로 통하고 있다. ‘레고문화’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어떤 방법으로 조립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모양으로 완성되는 레고처럼, 우리의 생활도 다양한 문화가 모자이크처럼 결합되는 현상을 뜻하는 말이다. 레고의 소비자들은 개인적으로 취미생활을 즐기는것을 넘어서, 서로가 만든 완성품과 그 방법을 공유하고 조립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생중계하기도 한다.

1966년 캐나다와 스웨덴에서 레고의 팬클럽이 처음 생겨난 이래, 최근에 들어서 다시 열풍이 가해졌다. 그에 따라 사회 전반적인 현상도 생겨났는데, 바로 예술과 문화에 레고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누가 어떻게 조립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라는 매력은 사람들을 매료시켰고, 국내 카페나 동호회에서는 설명서대로 쌓는것이 아닌 ‘재창조’하여 만들어내는 활동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레고사의 특별한 기술이 아닌 구매자들의 상상력과 창조성을 포용할 수 있는 매력에서 팬덤이 생겨난 것이다.

‘나 같은 매력’ 카카오프렌즈

카카오프렌즈의 캐릭터들은 이미 단순 이모티콘 기능을 넘어서 거대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토끼옷을 입은 단무지 ‘무지(Muzi)’, 그런 무지를 업어 키운 악어 ‘콘(Con)’, 알콩달콩한 연애를 하지만 각자 성격이 뚜렷한 ‘프로도(Frodo)&네오(Neo)’ , 다혈질인 오리 ‘튜브(Tube)’, 성격 급한 유전자변형 복숭아 ‘어피치(Apeach)’, 힙합을 사랑하는 두더지 ‘제이-지(Jay-G)’ 에 이어서 얼마전 합류한 수사자 ‘라이언(Ryon)’ 까지, 각자의 개성있는 캐릭터 덕분에 카카오프렌즈의 모바일 게임과 피규어나 팬시 제품 등 굿즈의 인기는 식을 기미가 안보인다. 서울 강남역에 위치한 카카오프렌즈의 플래그십스토어의 누적 방문객이 한말 만에 약 45만 명을 돌파했으니, 그야말로 거대한 ‘팬덤’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카카오프렌즈의 어떤 점에 열광하는 것인가? 그 답을 찾다보면 결국 ‘나와 비슷한 모습’ 을 찾는 우리를 발견할 수 있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은 각자 개성이 매우 뚜렷하지만, 주변에서 한번 쯤 봤을법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다혈질이거나, 까칠하거나, 소심하거나, 활발한 우리는 캐릭터와 자신이 닮은 모습을 보고 매력을 느낀다. 특히 요즘 합류한 수사자 캐릭터 ‘라이언(Ryon)’은 그런 특징이 두드러진다. 갈기가 없는 수사자 라이언은 곰인지 사자인지 헷갈리는 귀여운 모습을 하고있다. 회사에 출근해 정신없이 일하다가 실수를 해서 혼나는 모습, 소파에 푹 묻혀 TV리모콘을 돌리는 모습 등이 사회생활을 우리의 모습과 비슷하다. 카카오프렌즈는 이 캐릭터들을 이용해 직장,캠퍼스,연애 등 다양한 상황에서 표현할 수 있는 이모티콘을 제공한다. 이들의 몸짓과 표정에 ‘보통 사람들’의 ‘희노애락’을 담은 것이다.

쉽지만은 않은 ‘브랜드팬덤’

팬덤이 확보되면 브랜드의 입장에선 엄청난 아군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적극적이기 때문에, 팬덤은 뜨거운 만큼 빨리 식을 가능성이 높다. 팬심을 유지할 무언가가 없으면 돌아서기 마련이다. 심지어 안티보다 돌아선 팬이 더 무섭다는 말이 있듯이, 그들을 실망시키면 브랜드는 치명적인 타켝을 입게 된다. 또한, 인디밴드나 언더래퍼의 팬들이 가수가 유명해지면 상실감을 느끼는 심리와 비슷한 현상도 일어난다. 나만 알고있던 희소성 있는 브랜드가 대중화되면서 그 매력을 잃어 떠나는 사람도 종종 있다. 이처럼 브랜드팬덤은 여러가지 요소에 위협받는 양날의 검이다.

팬덤을 유지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상황에 따라 답이 크게 달라지는 문제이지만, 가장 중요한것은 ‘지속적인 소통’ 이다. 팬들은 자신이 투자한 만큼 알아주기를 원하는 보상심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우리는 팬들 덕분에 이렇게 잘 되어가고 있다’ 라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팬덤이 생기게 된 계기가 ‘참여감’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참여감을 꾸준히 느끼게 해줘야 한다. 소통의 방식 또한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 모바일 기기가 활성화 됨에 따라 여러가지 소통채널이 발달한 지금, 과거와 같은 방식은 지루함을 줄 뿐이다. 브랜드는 끊임없이 새로운 방식을 탐구 해야하고, 자신만의 소통채널을 구축해야 한다.

새로운 팬층에 대한 고민도 도외시 할 수 없다. 매니아층에 의해 브랜드가 잘 돌아간다고 해도, 결국 노후화 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막기 위해서는 팬들의 활동으로 인해 ‘팬이 아닌 사람들’ 사이의 간접적인 교류에 신경써야 한다.

돌아서는 팬들이 있다고 해도, 팬덤은 없어지지 않는다. 그저 식을 뿐이다. 젝스키스가 해체한지 16년만에 무한도전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활동을 제개했을 때,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수많은 ‘노랭이’들이 다시 일어섰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버린 젝스키스의 팬들은 달라진 팬덤문화에 적응하려 젊은 세대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는 노력까지 보였다.

이처럼 팬덤은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잡고있는 복잡미묘한 집단이다. 이미 팬덤을 구축한 브랜드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방식의 소통을 고민해야 하고, 신생 브랜드들은 매니아층을 형성하기 위해 독보적인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브랜드 팬덤은 우리에게 많은 원동력을 줌과 동시에, 끊임없는 숙제를 내주는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