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마몬 캐릭터 크리에이터가 저자라면?
이 책을 구매한 이후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마치 보너스를 받은 것처럼 반가운 일이었다. 쿠마몬 캐릭터는 헬로키티나 리라쿠마 등의 상업적 목적의 캐릭터와는 조금 다르다. 일본 큐슈 쿠마모토현의 지역 마스코트로 시작했던 것이 일본 전국적 인기를 넘어서 해외에서의 인지도와 선호도를 얻은 이례적인 사례이다. 큐슈의 신칸센 종착역이 쿠마모토보다 더 아래에 있는 가고시마로 정해지면서 지역홍보나 관광객 수가 낮아질 것을 우려하고 시작한 프로젝트에서 이 디자인을 맡은 미즈노 마나부는 고민끝에 로고 디자인보다 캐릭터를 제안하고 수천장의 디자인 끝에 쿠마몬을 세상에 내놓는다. 그가 이 책에서 말하는 ‘센스’라는 것은 쿠마몬 제작과정 속에 모두 들어있다. 쿠마모토현이 처한 상황을 듣고 비주얼 전략을 바꾼 배경에 ‘센스’가 숨어있고 수천, 수만 번의 관찰과 디테일로 만든 쿠마몬의 표정 하나하나에 바로 그가 말하는 ‘센스’가 숨어있다. 지식의 축적과 예측의 반복으로 센스가 길러진다는 그의 신념을 그가 만든 프로젝트 하나하나에서 보여준다.
센스, 크리에이터에게만?
브랜딩 일을 직업적으로 오랫동안 하면서 받는 잦은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이 일을 하려면 어떤 재능이 필요하냐는 질문이다. 필자가 꼽는 3가지 중 하나가 바로 ‘센스’이다. 우리가 흔히 어떤 사람은 ‘센스가 있다/없다’로 쉽게 통용하고 공감하는 그 개념이 바로 센스에 대해 우리가 갖는 인식인 셈인데 저자는 이 부분을 더 깊이있게 파고들어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재발견한다. 그가 재발견한 ‘센스’는 비단 크리에이터들만의 것은 아니다. 그는 현대사회를 사는 모두에게, 특히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자에게 더욱 필요한 덕목으로 ‘센스’를 강력히 꼽는다. 기업의 가치를 최대화하는 방법의 하나로 센스를 들 수 있다. 아니, 그 회사가 존속할지도 센스가 결정한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같은 능력을 갖춘 사업가라면 그 사람의 센스가 ‘차이’를 만들 것이다.
“평범함이야말로 ‘센스가 좋다/나쁘다’를 측정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다. 그렇다면 평범함이란 무엇인가? 대중의 의견을 알고 있다는 것? 상식적인 것? 아니다.평범함이란 ‘좋은 것’을 아는 것 평범함이란 ‘나쁜 것’도 아는 것. 양쪽을 모두 알아야 ‘가장 한가운데’를 알 수 있다. 센스가 좋아지고 싶다면 우선 평범함을 알아야 한다.”
좋은 센스=최적화 능력
평범함을 아는 것에서 좋은 센스가 시작된다면 센스의 최대의 적은 확신이며 주관성이다. 확신과 주관에 따른 정보를 아무리 모아도 센스는 좋아지지 않는다. 좋은 센스는 타고나는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믿는 이 대전제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그는 특별한 사람만 갖춘 재능이 아니라 오히려 방법을 알고 해야 할 일을 하고 필요한 시간을 투자하면 누구나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 센스라고 말한다. 센스를 기르려면 온갖 것에 생각이 연결되는 꼼꼼함, 남이 보지 않는 부분도 알아차리는 관찰력이 필요하다. 좋은 감각을 지니는 것도, 유지하는 것도, 높이는 것도 연구가 필요하다. 결국, ‘센스 좋음’이란 수치화할 수 없는 사실과 현상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고 최적화하는 능력인 셈이다. 이 책의 메시지는 매우 단순하다. 우리가 흔하게 생각하고 말하지만 오해하고 있는 ‘센스’의 개념을 크리에이터답게 깊이있게 정리해주고 결코 타고난 특별한 재능이 아님을 일깨워준다. 손에 딱 들어오는 사이즈의 판형인 컴팩트한 책 한권으로 이미 우리안에 있는 센스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