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슈를 만드는 것은 기술입니다. 팝업스토어나 이벤트 현장에서는 3D프린터, 가상현실, 인터랙티브 디스플레이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그러나 지금 시장을 바꾸는 것은 ‘놀라움을 주는 기술’이 아니라 ‘경험을 바꾸는 기술’입니다. 나이키플러스가 데이터와 사람들을 연결시켜 새로운 운동의 즐거움을 발명한 것, 우버나 카카오택시가 택시를 타는 경험을 바꾼 것처럼 말이죠. 우리는 더 이상 ‘택시’를 외쳐 부르지 않으며,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택시번호를 외우는 일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놀라움을 주는 기술’은 기술자나 개발자의 몫이지만, ‘경험을 바꾸는 기술’은 마케터의 몫입니다. 어떤 기술도 뚜렷한 목적, 최적의 맥락, 매력적인 제안 속에 담기지 않는다면 한 번의 와우에 그칠 것입니다. 기술로 마케터가 할 수 있는 것, 또는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해보았습니다.

브랜드의 본질을 보여주는 것

백문이 불여일견. 카피가 아무리 아름다운들, 광고가 아무리 감동적인들 무언가를 설명하거나 묘사하려는 시도는 실패하기 쉽습니다. 미디어가 산재된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의 아름다움을 응원합니다’, ‘우리는 안전을 생각합니다.’ 말에 아무리 힘을 주어도 들리지 않습니다. 대신 보여주거나 경험하게 하면, 주목 받게 되고 산재된 미디어를 타고 빠르게 멀리 확산됩니다. 경험이 기술로 발현된 것이라면, 주목율은 배가됩니다. 가령 라이프페인트 같은 것입니다. 볼보가 자동차와 자전거의 충돌사고를 줄이기 위해 만든 것입니다. 자전거나 운전자의 옷 등에 뿌리는 투명 스프레이입니다. 그러나 어두운 밤길, 자동차 헤드라이트 등의 빛을 받으면 하얗게 반사됩니다. ‘Volvo = Safety’라는 이미지는 엄청난 자산입니다. 1927년 창립부터 쉬지 않고 말해왔기에, 아니 시기마다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경험시켜 왔기에 그들의 자산이 된 것입니다.

몇 년 전 화제가 된 소망화장품의 보이스미러도 좋은 사례입니다. 시각장애인들이 화장할 때 도움을 주는 앱입니다. 기술적으로는 아주 간단합니다. 장애인들이 셀카를 찍어 앱에 올리면 뷰티서포터즈들이 립스틱을 덧바르라거나, 아이섀도우 색깔을 추천하는 등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앱은 이 메시지를 읽어줍니다. 놀라운 기술은 아닙니다. 이미 우리 카메라에 있는 기본 기능들입니다. 그러나 소망화장품이 하려는 메시지는 또렷해집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워질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죠. 화장품 기업이라면 누구나 하던 얘기, 너무나 당연한 얘기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러나 그 뻔한 얘기를 ‘들리게’ 했다는 점이 다릅니다.

브랜드 노후화를 막는 것

브랜드가 노후화되는 것은 두 가지 경우입니다. 하나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문제, 하나는 브랜드 경험의 문제입니다. (둘 다 핵심은 기술입니다) 미디어가 메시지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어느 채널로 소통하는가가 무슨 얘기를 하는가보다 중요합니다. 160년의 버버리, 130년의 코카콜라 이들의 공통점은 늙었지만 젊다는 것입니다. 젊음을 유지하는 비법은 채널입니다. 코카콜라는 늘 젊은 세대의 채널에 집중해왔습니다. ‘코카콜라 저니’로 달라지 미디어 환경에 맞는 컨텐츠란 무엇인지를 실험합니다. ‘마음을 전해요’는 인스타그램 등 이미지로 소통하는 젊은 세대를 겨냥했고 또 적중한 캠페인입니다.

버버리가 2016 봄여름 광고 캠페인을 맨 처음 공개한 채널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넥스트 인스타그램으로 주목 받는 ‘스냅챗’입니다. 버버리는 럭셔리 디지털 마케팅에 힘을 쏟아왔습니다. 애플 TV로 런웨이 패션쇼를 생중계하거나, 구글과 협업하여 ‘버버리 키스’ 캠페인을 벌이는 등 말입니다. SNS 등 젊은 세대의 채널을 활용하지 않는다면, 엄마아빠의 브랜드로 기억되거나 아니면 아예 존재 자체도 인지되지 않을 것입니다.

브랜드 경험이 과거와 다를 게 없다면, 이 또한 노후화의 원인이 됩니다. 경동나비엔은 보일러를 제어할 수있는 앱, 고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앱을 제공합니다. 거꾸로 타든 두 번 타든 보일러는 보일러일 뿐이나 스마트폰으로 제어하게 되는 순간 과거에서 현재로 이동하는 느낌입니다. 한국야쿠르트는 자사 앱에 ‘야쿠르트 아줌마 찾기’ 기능을 제공합니다. 방문판매는 가장 고전적인 채널 중 하나지만, 앱을 통해 나에게 가장 가까운 채널로 변화될 수 있습니다. 야쿠르트 아줌마는 움직이는 냉장고, 슈퍼마켓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이 기능을 포켓몬고에 비유하는 네티즌도 있군요. 요즘 뜨는 끼리 치즈와 콜드브루 커피를 사기 위해 앱을 키고 거리로 나왔답니다.

브랜드 경험을 바꾸는 것

‘테크피리언스’의 저자는 마케터들이 ‘테크놀로지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나이키 퓨얼밴드를 만든 것은 기술자가 아니라 광고대행사 R/GA였다는 점을 기억하라고 말입니다. 마케터는 ‘마켓’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촉진하거나 바꾸는 사람 아니던가요? 브랜드 경험을 바꾸는 것 역시 마케터의 일입니다. 다만 그 그림을 완성하는 데에는 기술이 큰 역할을 차지한다는 점만 다릅니다. 경동나비엔의 앱처럼 작은 경험을 개선할 수도 있고, 아예 물건을 구매하는 과정 자체를 변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아마존의 대시버튼 혹은 에코(알렉사)처럼 말입니다. 대시버튼은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주문이 끝납니다. 우리가 해왔던 쇼핑의 방식을 바꿉니다. 물건이 떨어진 것을 화인하고, 컴퓨터의 웹이나 모바일 앱을 열어 물건을 서칭하고, 장바구니에 담아 결재해 주문을 완료하던 일련의 행동들이 버튼을 한번 누르는 행위로 압축됩니다. 광고비를 더 쓰거나 새로운 캠페인을 벌이는 것보다 더 막강한 마케팅입니다. 경쟁사들에게 입도 뻥긋할 기회를 주지 않으니까요.

아마존의 에코는 더 큰 변화를 불러올 것입니다. 알렉사라는 인공지능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알렉사에게 음성으로 명령합니다. 음악을 재생하거나 우버를 부르거나 단순한 기능부터 시작됩니다. 향후에는 쇼핑도 말로 끝낼 수 있겠죠. 아니면 TV로 연결해 보여주거나 홀로그램으로 공중에 이미지를 띄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알렉사가 곧 시장이라는 점입니다. 아마존은 집집마다 자신이 독점한 유통점을 들여놓은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쇼핑하는 경험, 물건을 쓰는 경험을 크게 바꿀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론입니다. 이미지를 차별화하는 것에서 경험을 바꾸는 것까지 모든 차별화의 열쇠는 ‘기술’에 있습니다. 당신이 마케터라면 기술에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