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개인적 취향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매회 봤고 또 빠져들었었다. 보는 내내 “말도 안돼”를 반복적으로 중얼거리면서도 송중기가 웃으면 따라 웃고 송혜교가 오열하면 덩달아 울고 있는 그 모순을 겪고 있자니 살짝 자존심이 상할 지경이었다. 아닌 건 아니어야 하는데 취향과 상관없이 빠져들게 만든 힘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서사보다 ‘김은숙 작가’라는 맥락, 흐뭇한 투샷만으로 감동을 전해준 송중기·송혜교라는 매력이 어우러져 역대급 드라마를 만들어낸 것이다.
콘텐츠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것, 바로 맥락과 매력이다. 브랜드의 성공과 실패 역시 마찬가지다. 브랜드가 미디어를 무기로 일방적인 자기 이야기를 마음대로 늘어놓던 주먹구구식 브랜딩 시대는 지나갔다. 브랜드의 메시지, 브랜드의 행동 하나하나에 맥락(context)이 필요한 시대다.사전상 정의하는 맥락의 의미는 ‘사물 따위가 서로 이어져있는 관계나 연관’을 말한다. 하나의 브랜드가 특정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확장하는 것, 특별한 캠페인을 준비하는 것, 이 모든 활동들은 일정한 색깔과 연관된 목소리로 연결돼 있어야 한다. 즉 맥락이 없는 메시지, 맥락과 무관한 확장, 맥락이 빠진 캠페인은 궁극적으로 브랜드의 힘을 약화시킨다. 브랜드에 있어 맥락이라는 것은 ‘공유된 하나의 생각과 가치’인 셈이다. 어떤 맥락을 공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브랜드의 표현,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매력의 결은 완전히 달라진다.
브랜드 매력을 좌우하는 맥락
여기 ‘오토바이’ 제조로 시작한 두 개의 브랜드, 혼다(Honda)와 할리 데이비슨(Harley Davidson)이 있다. 두 브랜드는 전혀 다른 맥락을 보유하고 있다. 할리 데이비슨은 ‘문화코드로서의 자유(Freedom)’, 혼다는 ‘작고 효율적인 엔진’이라는 맥락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맥락은 당연히 서로 다른 브랜드의 활동, 개성, 그리고 매력을 만들어낸다. 할리 데이비슨은 HOG(Harley Owner’s Group)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연대된 자부심과 소속감을 표출하며 단지 오토바이가 아닌 그들만의 문화코드로서 자유를 전한다. 할리의 개성이 확장, 반영된 제품영역은 선글라스, 재킷은 물론이고 잡지, 쉐이빙 크림, 담배, 심지어 맥주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맥락에 일치한다. 소비자들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할리 데이비슨이 만들어낸 맥락 속에서 ‘자유로운 컬처코드’를 입고 먹고 쓰고 바르고 느낀다.
반면 ‘작고 효율적인 엔진’이라는 맥락의 혼다는 특유의 단단한 기술력과 효율의 이미지를 연결시켜 오토바이에서 소형자동차, 잔디깎이, 제트스쿠터, 로봇, 우주선에까지 확장한다. 합리적인 가격에 놀라운 효율과 성능을 가진 엔진이라는 맥락을 기반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세계적인 시장 장악력을 갖는 ‘합리적인 신뢰’라는 매력을 확보하게 된다.
Do와 Don’t 구분
이처럼 브랜드에서 맥락은 브랜드를 둘러싼 모든 활동의 출발점이며 구심점이다. ‘왜 태어났는가’라는 브랜드의 태생적 이유와 그 존재가치에 대한 정의가 제대로만 이뤄지면 이후 커뮤니케이션은 훨씬 더 쉽고 분명해진다.‘문화코드로서의 자유’라는 할리 데이비슨의 맥락은 오토바이 카테고리가 맥주 카테고리까지 확장되는 데 근거가 된 기준이었을 것이다. 내부 구성원들이 브랜드의 맥락을 공감하고 있으면 이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의사결정이 수월해진다. 각 부문에서 해야 할 일(do)과 해서는 안 되는 일(don’t)을 구분해낼 것이며, 사소한 비품을 하나 사는 것에서부터 사업을 확장하는 큰 의사결정에 이르기까지 개개인의 수준, 취향에 기대지 않고 그 브랜드다운 판단을 하게 될 것이다.
공감 얻기 위한 필수조건
‘서사보다 강한 캐릭터’로 승부를 보는 김은숙 작가의 맥락은 대한민국 남녀노소의 마음을 관통했으며 15억 중국시장을 들끓게 했다. 한국에서 군인에 대한 판타지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금기를 깨고 공감을 얻어낸 것도 결국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김은숙 작가만의 로맨틱 코미디 맥락을 통해서였다. 강력한 맥락은 결국 공감으로 이어진다. 콘텐츠도 플랫폼도 넘쳐나는 시대이기에 더욱 맥락의 중요성은 절실해진다. 개연성이 떨어지는 스토리는 독자들의 외면을 낳는다. 공감을 목표로 하는 소비자 커뮤니케이션에서 맥락이 없다면 소비자와의 의미 있는 대화는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기억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