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뷰티산업, 어디까지 알고 계신가요? 얼마 전 런던 출장 길에 10여 일간 둘러본 짧게 맛본 영국뷰티에 대해 공유드리려 합니다.

영국의 뷰티를 가장 짧은 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맛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런던 시내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뷰티 앤 헬스 스토어 ‘부츠(Boots)’를 방문하는 것입니다. 부츠에서는 고가의 럭셔리 브랜드와 저가의 필수 아이템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스킨케어, 색조, 헤어, 바디케어, 제약, 기기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브랜드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죠. 또 이 곳은 소비자들의 빠른 피드백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어서 신제품의 반응을 보거나 이들의 베스트셀러 상품을 통해 뷰티 트렌드를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Beauty beyond face

그러나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들의 관심이 단지 얼굴에 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스포츠 레깅스를 평상시에도 입고 다니는 여성을 자주 볼 수 있을 정도로 운동하는 여성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유통점에 가도 어김없이 피트니스복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골목 곳곳에서 좋은 음악이 나오는 멋진 공간의 피트니스 센터도 자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물론입니다.

이렇게 조금씩 느끼게 된 영국 뷰티의 단면을 한꺼번에 종합선물처럼 구성된 뷰티세트를 엿보게 되는데 그 의미심장한 장소는 바로 셀프리지스(Selfridges) 백화점이었습니다. 유통점 벤치마킹을 자주 다니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셀프리지스(Selfridges) 백화점은 비쥬얼 전략으로 매우 유명한 유통점이죠. 이들의 패캐지, 컬러 시스템, 건축, 비쥬얼 머천다이징(Visual Merchandising)은 매해 시즌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세계 곳곳의 방문객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필자가 방문한 날도 윈도우 디스플레이 디자인의 강렬함이 그 어느 때 못지 않았는데요. 그 강렬한 힘의 중심은 바로 ‘Body Studio’라는 컨셉의 힘이었습니다.

Boost you wellbeing

‘당신의 웰빙을 촉진하라’라는 슬로건과 함께 진행된 이 거대한 Body Studio기획은 셀프리지스(Selfridges) 백화점 전체를 관통합니다. 일단 이 컨셉에 맟춘 매장가이드가 따로 마련되었고 각 층마다 Body Studio를 암시하는 과감한 와이어 설치물이 분위기를 압도합니다. 하드웨어가 이렇게 계획적인데 소프트웨어가 뒤떨어질 리 없겠죠? 각층의 화장품, 의류, 스포츠웨어, 란제리, 나이트웨어, 수영복, 티와 각종 푸드에 이르기까지 건강함을 촉진시켜 아름다움을 실현시켜줄 다양한 상품 컨텐츠들이 함께 기획됩니다.

그들이 차려놓은 소프트웨어를 경험해 보실까요? 먼저 셀프리지즈(Selfridges) 백화점에서 유명한 푸드홀(FoodHall)로 바로 들어가 보시면 당신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제품들을 여러 가지 만나볼 수 있습니다. 우선 온 몸의 독소를 빼내는 차, 이름하여 티톡스(TeaTox), 슈퍼푸드를 활용해 장인이 만든 건강스낵 수퍼푸디오(Superfoodio)를 반드시 챙기세요. 같은 층에 준비된 다양한 화장품들의 훌륭한 구성을 훑어본 후 바로 근처에 있는 초콜릿도 놓치지 마세요. 다음은 정말 ‘제대로’ 먹는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는 Hemsley+Hemsley Café로 이동입니다. 셀프리지(Selfridges)는 건강식 레서피와 라이프스타일의 기획자로 유명한 헴슬리(Hemsley) 자매의 첫번째 까페를 이곳에 입점시키고 다양한 요리와 그녀들만의 레서피가 담긴 쿡북(Cook Book)까지 경험하도록 도와줍니다. 피트니스복이 이렇게 다양할 수 있는지 보고 싶으시다면 같은 층의 퓨마(Puma), Y-3, 업사이드(The upside)를 찾아보셔도 좋습니다. 혹시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땀을 좀 빼고 싶으신거면 지하의 작은 피트니스인 바디워크(Bodywork)에 미리 예약하시고 파워런치를 경험하시는 것도 좋겠지요. 아마 웬만한 클럽에 있는 것보다 더 흥분될 수도 있습니다. 영감과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는 대화가 필요하시다면 저녁부터 시작되는 BodyTalk에 온라인으로 참여하여 하루동안 묶어두었던 수다를 풀어 보는 것, 뭐 간단한 소개는 이정도 입니다. ‘웰빙이 뷰티지’, ‘건강미가 최고야’, 라고 쉽게 말할 수는 있지만 이 진부하고 당연한 얘기를 이토록 매력적으로, 전방위적으로, 궁극적으론 반드시 행동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기획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Everybody’s Body

앞서 이들이 시각적 장치에 강한 백화점이라고 얘기했었지만 캠페인 사진이 이렇게 멋질 줄은 몰랐습니다. 바디스튜디오를 홍보하는 캠페인은 바로 ‘에브리바디(Everybody)’입니다. 당신들의 모든 몸들, 작고 통통하고 하체비만이고 배가 좀 나왔고 어깨가 좁고 까맣고…이런 다양한 당신의 몸들에 관한 기획이라는 점을 차분한 톤의 대담한 사진들로 보여줍니다. Every body의 컨셉은 란제리 상품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반영했는데 이번 란제리 코너에서는 가장 정확하게 나에게 맞는 속옷을 실측하고 입어보고 딱 나에게 맞춘 속옷을 소유하는 과정속에서 자신도 몰랐던 자기의 몸을 알게해 준다고 합니다. 모든 사람들의 모든 바디에 관한 이야기는 지속적으로 Bodytalk를 통해 온라인과 SNS로 공유되고 있습니다.

Health Maketh Beauty

최근 한 화장품 회사의 대표이사 인터뷰를 하면서 그들의 철학을 들었는데 참 와닿았던 부분은 이런 이야기였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뭔가를 더하고 덧칠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 각자에게 있는 것들을 일깨워서 아름다움을 창조할 수 있는 것을 추구한다” 셀프리지즈(Selfridges) 백화점의 바디스튜디오를 돌아보면서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던 이 이야기는 런던에 있는 기간 내내 저를 자극하여 어떻게든 적극적으로 필자의 생활에 끌어들여 그렇게 살고 싶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