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경쟁, 모든 경쟁이 시작된 화장품 시장

화장품 시장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소재나 제조방법의 차별화를 뛰어넘어서 일단 플레이어들이 달라졌다. 화장품 회사들끼리의 경쟁에서 벗어나 약국, 병원, 셀트리온(Celltrion)과 같은 바이오 회사들, YG엔터테인먼트 등의 연예기획사의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이들 모두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제품은 또 어떤가? 여성시장도 기초, 메이크업 할 것 없이 세분화되고 있음은 물론이며 시니어, 남성, 청소년, 아웃도어 등으로 차별화된 컨셉이 등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융,복합화의 경향을 갈수록 심화되어서 바르는 화장품을 넘어서 먹는 화장품, 움직이는 화장품, 관리 시뮬레이션 앱에 이르기까지 복합적인 서비스가 결합된 모든 경쟁이 진행중이다.
이처럼 제품 단위에서의 차별화와 더불어 기업 단위에서의 전문성 이슈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중에 남들과 다른 생각과 다른 길을 보여주며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는 브랜드가 있다. 이들의 시작은 두 브랜드 2013년 즈음으로 뷰티 스타트업에 해당하지만 짧은 시간동안 화장품 업계에 굵은 선을 그으며 신선한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다. 이번 브랜드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은 영국 브랜드 디씨엠(Deciem)이다.

We are abnormal. No, seriously.
We are really not kidding.
We are changing everything

상식에 도전하는 이슈메이커

디씨엠의 창업자 브랜든 트뤽스(Brandon Truaxe)는 화장품업계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온 베테랑이다. 그는 “도대체 왜 3달러짜리 성분을 사용하면서 1000달러로 둔갑시켜 판매를 하지?”라는 질문을 던지며 실제 화장품 성분연구와 제조에 집중한다. 수년간의 연구 끝에 그는 고가 성분을 사용한 유오코(Euoko)라는 브랜드와 대중화를 시도한 인디드 랩스(Indeed Labs)를 차례로 성공시키면서 본격적으로 디씨엠을 창업한다. 그는 모두가 가지 않는 길을 일부러 선택해가면서 뷰티 산업에 도전장을 내민다. 그들의 유명한 슬로건이 모든 것을 다 말해준다. “The Abnormal Beauty Company”. 창업초기에 10개의 다른 뷰티 카테고리에 여 개의 다른 브랜드를 출시하겠다고 했을 때 모두가 실패할 것이라며 말렸다고 한다. 모두가 한 번에 열 가지 일은 못한다고 단언하는 것에 반하며 회사이름도 라틴어 10을 의미하는 ‘데시마’를 활용하여 지어버리곤 실제로 10개의(그 이상의) 브랜드를 만든다. 그가 말하는 열개의 일을 한다는 것은 그들이 각 브랜드에 쏟는 열정과 노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그들이 남들과 다른(abnormal)한 시점은 무엇보다도 각브랜드에 그들만의 담는 과정 속에 있다. 여기 그들의 헤어관리 브랜드 ‘HIF’가 있다. 발음도 요상한 이 제품은 이런 질문 끝에 나오게 되었다. “왜 비싼 의류는 드라이클리닝 하면서 정작 당신의 머리카락은 일반 세제와 다름없는 기능성 제품 포뮬러로 세척하는가?” ‘HIF’ 는 ‘Hair Is Fabric’의 약어이다. 마치 드라이클리닝을 하듯 헤어관리를 위해 특별 포뮬라를 제공한다는 강력한 컨셉을 통해 이 제품은 단숨에 베스트셀러로 등극한다. 그의 창업이 Dior출신의 한 화학자와의 의기투합을 통해서였고 따라서 디씨엠은 OEM 방식으로 제작하는 기존 화장품 회사와는 다르게 직접 R&D부터 생산까지 관리한다. 이는 그들의 컨셉의 독특함을 더욱 품질 측면에서 보완해주는 또 하나의 중요한 차별점일 것이다. 그들의 신제품을 소개하거나 회사 에피소드를 말해주는 여러 메시지나 이미지들 속에는 이들의 연구소의 모습, 내부 R&D를 통한 제품의 구현이라는 점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세분화된 고객에 맞추다. Customize, Customize!

뷰티 카테고리 10개에 각각의 관점을 갖는 10개의 브랜드를 열정적으로 만들어보겠다고 시작한 회사였다. 여기에는 다양한 욕구를 더욱 두드러지게 세분화 해보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 이러한 생각은 각각의 카테고리 내에서도 변함이 없다. 그들의 헤어케어 라인은 무려 15개의 제품이 있다. 곱슬이냐, 직모냐, 퍼머냐의 상태에 따라서, 또 인디언 키노 나무껍질이 함유되었냐, 자색 당근과 플래티넘이 함유되었냐의 주요성분에 따라 다양성을 주고 있다. 그들의 제품 카테고리들이 하나같이 다양해 보이거나 화려해 보이거나 더 나아가 전문성있게 보인다면 그것은 그들의 의도를 제대로 읽은 것이다. 첨단기술을 접목한 데일리 스킨케어 라인 Hylamide의 패캐지를 보라. 왜 팬턴컬러를 연상시키는 저 다양하고 심플한 컬러시스템을 패캐지로 적용했을까? 같은 세럼이라해도 모공을 작게 해주는 기능이 더 있냐, 예민하게 마무리감이 있냐, 광택기능까지 있을거냐에 따라 원하는 고객은 다 다르다. 이런 다양성을 가장 심플하게 체계하는 방법은 컬러만한 방법은 없다. 이 브랜드는 이 유니크한 패캐지로 그 다양한 상품이 공존하는 영국의 뷰티앤 헬스스토어 부츠(Boots) 등에서도 단연 시각적 주목성 측면에서 매우 성공적이고 전략적이다.

뉴미디어에 최적화

이들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훝어보다가 발견한 이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블랙 배경에 강렬하게 황금 모래가 흩뿌려진 중에 시약병처럼 담긴 화장품 한 병. 이러한 강렬한 시각 이미지가 첫눈에 사로잡았다면 이들의 언어는 매우 정확하며 단호하고 구체적이며 친근하다. 시각에서 한번, 언어에서 두번 끌리게 되면 바로 ‘좋아요’와 함께 지속적인 관계가 시작된다.

“대부분의 마스크는 빛나는 피부를 약속하지만, 피부가 진정으로 빛나려면 다음과 같은 과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무시합니다. 정화, 피부 표면 균일화, 색소 균형, 마이크로 순환, 모공과 피지 청소가 모두 필요하죠. 그러한 마스크에 포함된 공격적인 성분이나 산이 피부에 자극을 주어 얼굴에 혈액 순환을 증가시키면 일시적으로 피부가 빛나 보이게 됩니다. Flavanon Mud는 피부 균형을 깨뜨리거나 염증을 유발하는 자극적인 점토, 직접적인 산과 박피 성분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시각과 언어에 능한 이들이 제품에 자신이 있기까지 하니 이들이 뉴미디어를 대하는 태도는 그 어떤 빅플레이어들 보다도 자신감 넘치고 아름답다. 이들은 홈페이지, 온라인샵,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를 오가며 물만난 고기마냥 그들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들이 표방하는 가치, 무모하리만치 볼드한 생각, 창업의 스토리, 충분히 시각적 언어적으로 매력적인 제품들, 이 모든 것들이 실은 뉴미디어에 매우 적합한 컨텐츠들이며 요리재료들인 셈이다. 이들은 마치 자신의 매력을 정확히 알고 이를 더 파고들어 주목을 받는 빠리지엔처럼 시크하며 전략적이다.

가치소비의 끝판왕, 화장품 카테고리에서 살아남기

“탄산캡슐이 톡톡, 빙하도가 피지를 쏙쏙. 네오젠 이하늬 탄산 모공팩” 우리가 흔히 접하는 화장품 관련한 광고 문구이다. 기능에 대한 실감나는 표현도 필요하고, 성분에 대한 설명도 첨가해야 하고 여기에 적당한 연예인의 크레딧도 있으면 금상첨화이다. 이미지면 이미지, 기능이면 기능. 화장품처럼 이미지와 기능이 치열하게 추구되는 카테고리가 또 있을까? 대다수 산업에서 소비가 양극화 되고 있지만 화장품만한 양극화가 또 없을 것이다. 우리는 정확하게 H&B에서 사야할 라인과 백화점에서 사야하는 라인을 구분하고 소비를 한다. 요는 가장 치열한 가치소비의 현장에 화장품이 있다는 것이다. 변화된 소비 환경과 미디어 환경 속에서 더 분명한 관점과 그 관점을 지지하는 강력한 제품력으로 시시각각 이슈화시킬 수 있는 브랜드만이 의미있는 관계로 꾸준히 소비자들의 화장대를 지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