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하나의 완성된 문화 예술 컨텐츠는 긴 생명력으로 호흡한다. 독특하면서도 집요한 미술적 감각으로 유명한 웨스 앤더슨(Wes Anderson)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 2014)도 세계적인 팬덤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사랑을 이어가는 강렬한 컨텐츠로서의 생명력을 자랑한다. 지난 2월 출간된 아트북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웨스 앤더슨(Wes Anderson Collection; The Grand Budapest Hotel)’ 역시 예술 분야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며 식지 않는 인기를 증명했다.

열두 겹의 결혼 케이크! 이 책의 저자인 매트 졸러 세이츠는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대해 열두 겹의 결혼 케이크에 비유했던 바 있다. 그저 오로지 맛있다,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건 간에! 복잡하게 따질 것 없이 그 달콤함을 맛보면 그만이라는 이야기였으리라. 그리고 저자는 드디어 이 책을 통해 그 영화 속을 채운 각각의 겹에 대해, 그 노력과 집착의 층에 대해 하나 하나 꺼내어 보여준다. 그것을 한장 한장 넘기며 보는 맛 또한 한없이 달콤하다.

이 심미학적으로 한없이 달콤한 오리지날 컨텐츠에 있어 가장 흥미로운 것 중 하나는 영화를 찢고 나온 멘델스 케이크일 것이다. 주브로브카라는 가상의 나라에 위치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멘들스 베이커리. 그 베이커리에서 만든 케이크인 ‘코르티잔 오 쇼콜라’. 이 모든 것은 당연히 실재(實在)하지 않는 상상의 것이며, 그나마 영화상에서 시각적으로만 구상화되었을 뿐이다. 향도 맛도 상상의 감각만으로 충족되었을 뿐인 이 케이크가, 전 세계 곳곳에서 레시피가 공유되고 레스토랑과 빵집에서 한정판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것을 맛보는 것은 백선생의 비밀 레시피와는 또 다른 달달함을 선사한다.

만화가 영화가 되고, 소설이 드라마가 되는 컨텐츠의 미디어 크로스오버는 흔한 일이었다. 다만 이제 컨텐츠라는 것이 단순히 스토리나 캐릭터에 한정되지는 않는다. 끊임없이 확장될 수 있고 또한 구체화될 여지를 주는 ‘하나의 세계관’이라는 것 자체가 강력한 컨텐츠이고 스토리텔링의 플랫폼이다. (스타워즈나 왕좌의 게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 세계관에서 비롯된 맛은 상상이 구상화되는 순간 보다 강렬한 호기심을 이끌어 낼 것이다. 컨텐츠의 맛! 앞으로 우리가 더욱 주목해야 할 레시피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