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마지막 순간, 그는 왜 음식을 떠올렸을까요? 이 책의 서문은 1942년 파리에서 활동했던 한 레지스탕스가 사살되기 직전 남긴 편지를 인용하면서 시작됩니다. 자신이 곧 처형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그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생각은 사랑하는 가족, 연인, 그리고 그들과 나누었던 즐거운 기억의 음식들이었습니다. 우리는 매일,매끼니 무얼 먹을까 하는 초라한 고민들을 하며 살지만 사실 ‘음식’의 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그 무엇일 겁니다.‘당신이 어디에서 누구와 무엇을 먹느냐’는 그 어떤 것보다 당신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얘기해 주는 것이며 결국 당신의 기억을, 그리고 당신 자체를 완성해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음식에 관해 쓴 책들 중 가장 감각적이고 지적이며 인문학적인 책일 것입니다.이 책이 감각적으로 다가오는 데에는 뉴욕과 파리를 오가며 다양한 문화적 소재를 넘나드는 저자 애덤 고프닉의 필력에 있습니다. <뉴요커>의 전속작가이기도 했던 그의 글은 시종일관 경쾌하며 깊이가 있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커피를 사랑하고 레스토랑을 사랑한 유명인사로 꼽히는 그는 음식 관련한 통찰력있는 잠언들을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현대인의 삶은 아침부터 밤까지 카페인과 알코올이라는 두 약물에 좌우된다.
하나는 속도를 붙여주고 다른 하나는 줄여준다.
레스토랑의 도시로서 파리의 우월함은
이 둘의 비율과 형식을 완벽하게 다듬는 데서 나왔다.

‘식탁의 기쁨’은 제목처럼 가장 사적인 일상의 풍경이자 전세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행복의 소재로서의 ‘먹는다는 것’의 의미를 세련되게 파고든 책입니다. 레스토랑을 사랑한 뉴요커 애덤 고프닉은 레스토랑에서 유혹의 코드를 읽어내고 음식을 둘러싼 사소한 감각들에 대해 말합니다.마치 고급 레스토랑에 들어선 듯한 책의 구성을 보시죠. 그는 음식을 먹는 일련의 과정인 ‘식탁에 앉으며’(1부), ‘음식을 고르며’(2부), ‘대화를 나누며’(3부), ‘식탁을 떠나며’(4부)를 통해 음식의 의미를 탐색해 냅니다.

다만, ‘식탁의 기쁨’은 제목이 주는 편안함에 비해 읽어내기에 친절한 책은 아닙니다. 단언컨대 당신은 이 책을 정독하는 데 성공하기 어려울 겁니다. 깨알 같은 글씨에 번역문 특유의 문체가 어지럽기도 하고 뉴욕, 파리 식문화에 대한 자잘한 정보들이 사실 좀 낯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의 시종일관 시니컬한 태도며 음식을 대하는 자세와 식견은 책읽는 고통을 인내해내고 끝끝내 일독을 하게 만듭니다. 살면서 더욱 더 깊어질 ‘음식’의 의미를 곱씹으며 두고두고 읽어내면 좋을 책으로 ‘식탁의 기쁨’을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