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메뉴판으로 보이시나요? 아니요, 이건 세계지도입니다. 그것도 과거와 현재가 한 장에 담겨있죠. 스탠퍼드대언어학 교수인 그는 음식의 이름, 요리를 묘사할 때 쓰는 언어들을 분석합니다. 그 언어를 단초로 역사와 문화, 인간의 심리와 욕망을 풀어냅니다. 그야말로 인문학 만찬이라 할 만합니다.

칠면조가 왜 국가이름인 터키인지, 왜 술을 마시며 토스트(toast)를 외치는지 궁금한가요? 케찹이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이 놀라운가요? 마카롱과 마카로니, 셔벗(sherbet)가 소르베(sorbet)가 서로 관련이 있을거라 직감했었나요? 그렇다면 이 책이 답을 줄 겁니다. (답이 좀 장황하긴 합니다. 케찹 하나만으로도 몇 백년과 몇 개의 대륙을 가로지르니까요)

마케터에게 흥미로운 부분은 단연 1장 ‘메뉴 고르기’일 겁니다. 요리를 설명할 때 어떤 형용사를 선택했는가를 보면, 그 집이 비싼 집인지 혹은 제대로 요리하는 고급 레스토랑인지 알 수 있다고 합니다.

“맛있는, 맛깔스러운, 굉장한처럼 긍정적이고 모호한 단어가 한 번 쓰일 때마다 음식의 평균 가격은 9퍼센트 낮아진다.”

저렴한 레스토랑은 긍정적이지만 모호한 말들로 ‘맛있다는 인상’을 주려 합니다. 고급 레스토랑은 매우 구체적인 언어들을 사용해 요리를 묘사하지만 그런 묘사 자체도 길게 하지 않습니다. 비싼 식당일수록 ‘진짜’ (진짜 베이컨, 진짜 생크림 등등)라는 말을 거의 쓰지 않죠. 형용사가 풍부하고 말이 장황한 곳은 싸구려 레스토랑일 경우가 많습니다. 그야말로 요리를 말로 때우는 거죠. 그는 우리에게 메뉴판을 펼쳐보고 이런 형용사들이 잔뜩 들어가있다면 조용히 빠져나오라고 조언합니다. 당신이 마케터라면 오히려 화려한 말로 장황하게 커뮤니케이션하기보다는 정말 엄선된 단어로 최소한의 말만 건네는 것이 좋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