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성공한 비결은 이것이다. 바깥으로 성장하려는 원심력과 초심을 잊지 않으려는 구심력의 균형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하나의 브랜드 혹은 회사를 주제로 한 책들은 대체로 재미가 없습니다.
브랜드를 홍보할 목적의 자화자찬인 경우가 많고, 또 다분히 성공한 측면에 포커스 맞추어 과장하기 일색이기 때문입니다. 설령 이 두 가지의 병폐를 피해가 담백한 메시지로 브랜드에 관해 기술하는 책들은 다소 지루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일단 재미있습니다. ‘김정주’라는 개인브랜드가 개입된 ‘넥슨’이라는 브랜드에 관한 이 책은 ‘신기주’라는 잡지 편집자의 필력과 객관적 관점이 녹아들어 읽는 내내 빠져들게 합니다.
이 책이 더욱 재미있고 넥슨답게 느껴지는 중요한 한 부분은 바로 김재훈이 그려내는 카툰에 있습니다. 넥슨 창업이전의 스토리부터 창업자 김정주와의 인터뷰까지 370페이지가 넘는 다소 긴 내용이 길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챕터마다 등장하는 실제인물들을 묘사한 생생한 카툰 덕분입니다. 카툰만 모아서 따로 읽어도 책의 내용이 어느 정도 짐작이 될 정도이니 단순 삽화를 넘어선 다큐카툰의 느낌인데 정보와 개성이 함께 전달되는 힘이 있습니다.
역삼동 작은 오피스텔에서 시작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된 지금도 벤처 DNA로 ‘그냥 재미있게 하자(PLAY)’를 추구하는 한 회사의 이야기. 넥슨은 ‘바람의 나라’,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등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게임을 만들어낸 회사입니다. 넥슨은 우리나라 게임의 역사를 새로 쓴 기업으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독특한 경영과 기업 문화로도 유명합니다. 회장이 없고 비서가 없는 회사, 임원 주차장도 직함도 없고 은둔형 창업주가 늘 궁금했던 회사, 넥슨의 그간 꼭꼭 숨겨둔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지금은 IT 거물이 된 이름들 송재경, 이해진, 김정주의 대학원 시절 에피소드부터 동시접속 50장벽, 254장벽을 넘어서며 속도와 기술의 한계와 싸워온 이야기들, 해외시장을 개척하면서 부딪힌 장벽들, [던전앤 파이터]를 인수하기 위해 네오플 허민과 밀당하는 장면 등 기대이상의 새로운 에피소드들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창업주 김정주가 말하는 넥슨은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인생이 즐거워질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회사’라고 합니다. 글로벌 거대 게임기업이 된 지금도 여전히 ‘재미있게 놀고싶은’ 21년된 회사 넥슨의 21살다운 젊은 자서전의 일독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