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유통에 종사하고 있는 마케터라면 츠타야와 아마존을 함께 꼽은 이유를 아실 겁니다. 각각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벤치마킹 대상 1순위가 아닐까 합니다. 아마존은 400만권의 전자책을 보유한 온라인 서점이고 츠타야는 14만권의 종이책을 보유한 오프라인 서점이라는 표면적 차이가 있죠.1 아마존이 방대함을 자랑한다면, 츠타야는 양보다는 질로 승부합니다.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화두로 말입니다. 온라인 vs. 오프라인, 전자책 vs. 종이책, 방대한 양 vs. 걸러낸 질이라는 대비가 보입니다. 그러나 제가 주목한 점은 아마존과 츠타야의 차이점이 아니라 공통점입니다. 둘의 공통점이 바로 ‘유통의 미래’라는 결론입니다.

아직 츠타야(TSUTAYA)가 낯선 분이 있으신가요? 작년 상반기, 국내 유통공룡인 L사는 적지 않은 직원들을 일본으로 출장 보냈답니다. 츠타야의 T-사이트를 보고 새로운 유통을 구상해보라고 말이죠. 작년 8월 오픈한 현대백화점은 명확한 타깃팅, 차별화된 MD구성, 광역화 전략 등 여러 면에서 주목 받았죠. 현대백화점의 박동운 부사장이 판교점을 준비하며 ‘라이프스타일을 팔다’라는 책에 꽂혀있었다는 군요. 바로 츠타야의 CEO 마스다 무네아키가 쓴 책입니다.. 박사장은 “그 동안 국내 백화점에서 선보이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MD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는데요(관련기사: 박동운 부사장, 요즘 꽂힌 이책?) 그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MD’에 츠타야가 적지 않은 영감을 주었다고 볼 수 있겠죠? 저도 작년 하반기, 유통 브랜드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일본 도쿄 다이칸야마의 T-사이트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츠타야는 1983년 1호점을 엽니다. 책이나 음반을 팔고, DVD도 대여합니다. 지금은 일본 전역에 1,500여개 점포가 있어, 일본 도심을 여행하다 보면 심심치 않게 만납니다. 그러나 츠타야가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2011년 도쿄 다이칸야마에 T-사이트라는 복합상업시설을 열면서부터입니다. 이 때부터 마스다 무네아키 사장이 말하는 ‘라이프스타일을 팔다’라는 개념이 전면화되었다고 봅니다.

T-사이트의 ‘츠타야서점’에서 든 감정은 두 가지 입니다. 하나는 ‘머물고 싶다’는 것, 다른 하나는 ‘보물찾기하는 기분’입니다. 2층짜리 3개동을 연결해놓은 츠타야서점은 공간이 많습니다. 상품을 위한 매대 말고 사람을 위한 자리 말이죠. 여럿을 위한 테이블보다는 도서관처럼 1인을 위한 자리가 더 많은 스타벅스가 있습니다. 음료와 술을 파는 라운지 카페도 있습니다. 책을 자유롭게 가져와 볼 수 있습니다. 음반 코너에는 플레이어와 헤드폰이 마련된 테이블이 많습니다. 사람들을 마주하는 자리도 많고 나만의 아지트로 삼을 만한 숨은 구석자리도 많습니다. 편안한 곳에 자리잡고 천천히 책을 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광화문이나 강남 교보문고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여유가 느껴집니다. 따뜻한 느낌의 목재선반, 위협적이지 않은 선반의 높이, 아늑한 느낌의 조명, 적당한 크기로 분리된 공간 등이 그런 여유를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보물찾기 하는 기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즐거움 또는 신남, 흥분됨, 흥미진진함이라고 쓰려다가 그냥 보물찾기 하는 기분이라고 썼습니다. 다양한 긍정적 감정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푸드코너로 가볼까요? 일단 독특한 책들이 많습니다. 저는 요리와 관련된 온갖 책들 중에서 크레페 요리법을 담은 책을 발견했습니다. 둥근 크레페를 둥근 책에 담아냈습니다. 작은 아이디어지만 웃음이 절로 나지 않나요? 하지만 더 중요한 부분은 책 그 자체가 아니라 책 옆에 놓인 상품들입니다. 푸드코너에는 책 말고도 프라이팬이나 파스타 면, 처음 보는 소스들, 일본 어느 지방에서 올라온 차들이 있습니다. 당신이 이탈리아 요리책을 골랐다면, 당신이 원했던 건 책 자체가 아니었을 겁니다. 요리라는 취미이거나 이탈리아 요리가 주는 남다른 풍미나 문화에 대한 당신의 애호였을 겁니다. 그걸 이해한다면 책만 있어서는 안되겠죠. 당신의 취향, 취미, 라이프스타일을 완성시켜줄 책 외의 도구들도 함께 있어야겠죠.

츠타야서점에는 컨시어지라 불리는 직원들이 있습니다. 손님들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발견하거나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의 위치나 찾아주는 단순한 점원과는 다릅니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죠. 여행 컨시어지는 여행 잡지 기자로 활동해온 이가, 재즈 컨시어지는 재즈바를 운영했던 사장이 맡게 되는 식입니다. 서점 한 켠에는 T-트래블이라는 에이전시도 있습니다. 당신이 일본 어딘가를 여행하고 싶다면 여행 컨시어지와 함께 주제와 일정을 짜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 T-트래블에서 교통이나 숙박 예약까지 한번에 끝낼 수도 있습니다.

T-사이트의 ‘츠타야서점’은 무네아키 사장이 말하듯 ‘손님이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무네아키 사장은 30년 동안 자신이 파는 것을 책이나 음반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며, ‘라이프스타일이란 책이나 영화, 음악, 게임 안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상품은 책이나 음반이 되었다는 것이죠. 그의 요즘 생각은 ‘테크놀로지를 통해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할 수 있다는 점’으로 변화해왔다고 합니다. 그의 생각은 2015년 3월 ‘츠타야 가전’이라는 매장으로 실체화되었습니다. 이곳 역시 책과 가전제품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아마존, 정보와 사람의 끊임없는 연결

아마존은 400만권이라는 방대한 양의 전자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보통 이 방대함이 그들의 무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아마존의 힘은 다른 데 있습니다. 끊임없이 연결되는 경험 말입니다. 요즘엔 좀 흔하기도 하죠. 가령 교보문고 인터넷 사이트에서 ‘라이프스타일을 팔다’라는 책을 검색해봅니다. 저자, 가격 등 기본정보 밑에는 ‘이 책을 구매하신 분들이 함께 구매하신 상품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도쿄 비즈니스 산책’이나 ‘넷플릭스 스타트업의 전설’이라는 책을 소개합니다. 저를 새로운 책으로 연결해줍니다. 또 ‘북로그 리뷰’를 보면 이미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별점과 함께 올린 서평을 볼 수 있습니다. 책을 살지 말지 결정할 때 도움이 됩니다.

이런 시도들은 사실 아마존이 먼저 선보인 모델들입니다. 더불어 아마존은 훨씬 앞서있죠. 독자들이 킨들(아마존의 전자책 리더기)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구매 후 책을 읽을 때에도 새로운 연결을 경험하게 됩니다. 킨들로 책을 읽으면,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한 내용도 모두 기록이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됩니다. 반대로 나도 다른 사람들이 주로 어떤 부분에 감명받았는지 알 수 있고(Popular Highlights), 다른 이들의 메모도 살펴볼 수 있죠(Shared Notes & Highlights). 어찌 보면 전 세계에서 흩어져 있는 수십명 혹은 수백명과 함께 책을 읽는 것과 같습니다. 하나의 책은 새로운 책으로 연결되거나, 새로운 사람들 혹은 그들의 생각과 연결되죠. 이 연결은 끝없이 이어집니다. 이를 어떤 이는 ‘오가닉’이라고 명쾌하게 표현했네요.

공통점 1 – 맥락을 제공한다

이제 아마존과 츠타야의 공통점을 정리해볼까요? 첫 번째는 맥락(Context)입니다. 무네아키 사장은 “책을 팔겠다 하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서재를 만들어주니 책이 팔리더라”라고 말합니다. 책을 읽거나 살 수 있는 상황을 제공했다는 것입니다. 판매는 결과일 뿐이죠. 츠타야는 내가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발견하거나 발전시킬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합니다. 아마존은 어떤가요? 책 한 권으로 시작된 나의 ‘관심사’가 더 구체화되거나 더 확장되도록 합니다. 그들도 판매를 말하지 않습니다. 자신들은 고객중심의 회사이며(We are a customer company), 고객이 사고 싶은 것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A place where people can find and discover anything they might want to buy online)을 자신의 임무로 생각합니다.

공통점 2 – 뜻밖의 발견을 선사한다

라이프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는 맥락, 관심사를 구체화할 수 있는 맥락 속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발견’ 또는 발견의 ‘기쁨’이 있습니다.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뜻밖의 재미, 우연한 발견 등을 뜻하죠. 아마존에서 원래 계획에 없던 책을 사게 되는 이유는 예상치 못했던 우연한, 그러나 기분 좋은 발견이 있기 때문입니다. 츠타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츠타야서점을 방문할 때는 의도나 계획보다는 ‘무언가 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더 클 겁니다. 일본 패션 브랜드 빔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쿠보 히로시는 말합니다. ‘서적이든 잡화든 아마존 같은 곳에서 키보드만 몇 번 두드리면 살 수 있는 세상입니다.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의 경우를 예로 들면 그곳을 찾는 이들은 설령 정확한 방문 목적이 있다 하더라도 햇살이 들어오고 커피 향이 솔솔 풍기는 편안한 공간 안에서 예상치 못한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죠. 그러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그들의 세계관은 넓어질 것입니다.

작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만났던 이경전 교수의 말이 떠오릅니다. 온라인 유통에서 많은 기업들이 개인화, 맞춤화에 집중하죠. 방대한 데이터와 자기만의 알고리즘을 통해서 고객의 마음 속에 있는 니즈를 정확히 읽어내려는 노력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그 반대입니다. 고객의 생각을 맞추는 게 아니라 고객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선사하는 것이지요. “개인화, 맞춤화는 필연적으로 소비자의 성에 차지 않습니다. 소비자는 본능적으로 오류를 찾아 움직이게 됩니다. 반면 ‘우연한 발견’은 소비자에게 예상하지 못한 새로움을 반견하게 함으로써 즐거움을 줍니다.” 이 교수의 말입니다.

공통점 3 – 데이터와 전문성에 기반한다

아마존은 정말 방대한 고객데이터를 가지고 있죠.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우리의 행적은 모두 기록됩니다. 어떤 책을 얼마나 오래 살펴봤는지, 살펴보기만 하고 사지 않은 책은 무엇인지 등등을 말입니다. ‘고객이 주문을 하기도 전에 배송을 시작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하니, 아마존의 데이터 기반 서비스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명이 불필요합니다. 그러나 오프라인 서점인 츠타야가 ‘데이터’에 기반한다니 좀 의외인가요? 앞에서 말하지 못했지만 츠타야는 T포인트라는 멤버십 서비스를 운영합니다(T카드). 츠타야 서점 뿐 아니라 다양한 제휴사에서 쓸 수 있고, 일본인구의 절반(!)이 갖고 있습니다. 그들의 데이터는 이 T카드에서 나옵니다. 지역별로 연령대별로 성별로 관심사와 성향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계획할 수 있겠죠. 츠타야는 데이터뿐 아니라 사람의 전문성도 활용합니다. 컨시어지 기억하시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많은 권한을 가지고 츠타야의 코너를 끊임없이 업데이트 합니다. 데이터에 기반하던 사람에 기반하던 그들은 막연한 ‘감’을 말하지 않습니다. 객관적 정보와 전문가의 통찰력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기획합니다.

공통점 4 – 고객이다!

이 점이 아마존과 츠타야의 남다름을 만들어낸 근본입니다. 마스다 무네아키에게 비즈니스란 “고객가치”입니다. 무네아키는 오늘날 많은 기업들이 좌절하는 이유를 ‘시대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5 고객은 온오프에서 상품을 파는 플랫폼이 넘쳐나는 시대로(서드 스테이지) 왔는데, 기업들은 여전히 세컨드 스테이지에 머물면서 고객에게 필요한 ‘선택하는 기술’, ‘제안력’을 제공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츠타야의 성공은 고객의 관점에서 사회의 변화를 철저하게 살피고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했기 때문입니다. 그에게는 책이라는 상품이나 서점이라는 카테고리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고객이 중심이었기 때문에 상품이나 사업영역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관성에 얽매이지 않고 빠르게 변화할 수 있었죠.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는 말합니다. “전략은 변하지 않는 것에 토대를 두어야 한다. 사람들은 나에게 5년 후나 10년 후 무엇이 변할 것인지는 묻지만 무엇이 변하지 않을 것인지는 묻지 않는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제공한다면 고객은 외면하지 않는다.” 아마존에게 경쟁사의 움직임이나 현재의 사업영역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변하지 않는 유일한 나침반은 바로 고객이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처럼 경계 없이 그리고 빠르게 새로운 시도를 해내는 기업도 드뭅니다. 대시버튼이나 드론배송, 앞서 말한 ‘고객이 주문을 하기도 전에 배송을 시작하는 기술’ 등 그들은 무엇이든 과감하게 시도합니다. 목표와 기준은 명확하고, 행동은 과감합니다. 고객을 위한 것이면 무엇이든 한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런 게 아닐까요.

저는 아마존과 츠타야의 공통점이 곧 ‘유통의 미래’라고 말했습니다. 요약해보면 (1) Customer, 고객이 유일한 목표이자 판단기준입니다. (2) Data, 객관적 데이터와 인적 전문성을 기반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기획합니다. (3) Context & Serendipity, 고객을 위해, 데이터를 토대로 ‘맥락’과 ‘세렌디피티’를 제공합니다. 맥락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보다 쉽고 편리하게 찾도록 ‘돕는’ 것입니다. 파는 게 아닙니다. 세렌디피티는 그 과정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새로운 즐거움을 얻는 것입니다. 어떤가요? 온라인이냐, 오프라인이냐 또는 사업영역이 무엇이냐, 경쟁사 대비 차별성은 무엇인가. 이런 틀에서 벗어나 생각하고,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지금, 여기서 유통의 미래를 말입니다.

참고 및 인용)
매거진 B TSUTAYA 편(JUNE 2015), JOH
오가닉 미디어, 윤지영 지음. 오가닉 비즈니스, 노상규 지음
지적자본론, 마스다 무네아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