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업사이클링
단순한 리뉴얼을 넘어 가치를 더하거나 프레임을 바꾸거나, 혹은 아예 전복함으로써 새로운 브랜드 가치로 끌어올린다. 이른바 업사이클링이다. 이는 기존의 리사이클링과는 관점이 다르다. 버려지거나 잊힌 대상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차원을 넘어서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부여해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낡음’이나 ‘오래됨’의 가치는 그 자체로 새롭게 조명될 수 있다. 영원히 잔존할 것 같은 부정적 인식조차도 추억보정을 통해 의외로 쉽게 탈바꿈된다. 무엇보다 그 ‘인지도’라는 것 자체가 치열한 무한경쟁 시대에선 너무나 매력적인 기본무기다. 게다가 복고는 지속적인 트렌드 아닌가. 매번 그 대상과 타깃을 달리할 뿐이다. 일반적으로 어떤 마케팅 타깃이 20대였던 시절, 예를 들어 지금의 50대가 핵심타깃이라면 20~30년 전 그들이 젊음을 향유하던 시절에서 르네상스(복원)를 꿈꾸는 보석이 숨겨져 있을 수 있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가 한정판으로 출시된 크라운맥주(CROWN beer)가 보름 만에 완판됐다는 소식이 전해온다. 크라운은 1993년 하이트 맥주 론칭과 함께 단종됐다. 이후 하이트가 많은 사랑을 받으며 크게 성장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크라운은 매우 적절한 시점에 사라졌다고도 볼 수 있다. 크라운의 깜짝 재등장은 새로운 가치를 복원시켰다. 1980년대의 향유다.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에겐 추억을, 젊은 사람들에게는 재미와 호기심을 준다. 패키지와 맥주 맛도 그 당시와 최대한 비슷하게 나왔다. 굳이 바뀔 이유가 없다. 있는 그대로의 과거 자체가 현재에선 새로운 가치로 소비된다.
서는 곳이 바뀌면 풍경도 바뀌는 법
1963년은 한국 최초의 볼펜 ‘모나미’가 출시된 해이다. 당시 가격 15원. 모나미가 해마다 내놓은 ‘애뉴얼 스페셜 에디션’ 중 하나인 ‘모나미 153 리스펙트’는 3만5000원에 판매됐다. 그것도 예약 한정 판매다. 육각형 디자인의 이 볼펜 시리즈는 안정적으로 프리미엄 시장에 안착했다. 그대로 국민볼펜의 입지에 머물렀다면 모나미는 여전히 싼 필기구의 대명사에 불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과감하고 지속적인 시도를 통해 국민볼펜의 인지도를 잃지 않으면서도 품격과 희소성이라는 위상을 더하는 것에 성공했다. 상황은 다르지만 이마트의 자체상표브랜드인 ‘피코크(PEACOCK)’의 태생도 눈 여겨 볼만하다. 피코크는 50년 전 탄생한 국내 PB 원조격인 신세계백화점의 와이셔츠 브랜드였다. 한때 사라졌지만 신세계그룹에서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그 브랜드를 소비했던 과거의 고객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피코크는 그러한 기억과 역사를 간직하며 이마트의 간편식 브랜드로 부활했고 이후 프리미엄 식품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