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도 초연결시대

구축된 브랜드 자산을 기반으로 한 지속성장 고민은 ‘브랜드익스텐션(Brand extension)’이나 ‘브랜드아키텍처(Brand architecture)’ 같은 용어에 주목하게 한다. 이는 브랜드를 좌우 혹은 상하로 확장시키거나, 적절하게 구조를 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근래에는 확장의 형태가 보다 다양해지고 있다. A에서 A′로 좌표를 이동해 (좌우 혹은 상하로) 영역을 확장하는 방식뿐 아니라, A와 B를 연결했을 때 파생되는 새로운 경험과 가치에 관심이 모이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이다. 그 결과 접점을 더욱 다양화하며 경험을 새롭게 하는 브랜드 경험 디자인이 중요해졌고, 이종결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브랜드 콜라보레이션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브랜드에 이익이 되는 모든 가능성들에 끊임없이 접촉을 시도하고 이를 연결해 결국 하나의 가치로 귀결시키려는 것은 이질적 대상 간의 데이터, 서비스, 콘텐츠 등이 거미줄처럼 긴밀하게 네트워킹돼 하나의 인프라로 구축되는 초연결사회 (hyper-connected society) 개념과도 유사하다.

경험은 무한대로 연결·확장

유명한 베이컨 브랜드인 ‘오스카 메이어(Oscar Mayer)’는 베이컨 굽는 소리와 냄새로 깨워주는 알람이라는 황당한 앱과 디바이스를 내서 화제가 되더니, 급기야 베이컨 애호가를 위한 데이트 앱 ‘Sizzl’을 출시해 또 한 번 이슈를 만들고 있다. 맛과 향에 대한 경험은 그 제한된 상황과 시간을 넘었고, 애호가들 간의 관계라는 측면을 찔러 들어가는 기발한 경험을 설계했다. 발상은 황당하더라도 그것이 주는 즐거움이 소비자의 수용과 확산에 기여한다. 아이를 가진 30대 여성을 타깃으로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 영상을 발표하는 영국 존 루이스(John Lewis) 백화점의 올해 캠페인 영상 ‘Man on the moon(달에 사는 남자)’은 유튜브에서 5일 만에 1000만뷰를 돌파했다. 캠페인은 단지 감동적인 영상 하나로 경험이 단절되지 않는다. 영상을 본 후 영국의 노인자선단체(AgeUK)와 연결돼 연말에 소외된 노인들에게 기부할 수 있게 하고, 모바일 게임을 통해 영상 스토리의 일부를 직접 경험케 한다. 매장에서는 영상의 주요 배경을 뒤로 하고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릴 수 있다. 영상과 연계되는 망원경 같은 소품들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것은 기본이다.

모든 가치를 하나로 융합

‘샤이놀라(Shinola)’는 20세기 초 등장한 미국의 구두약 브랜드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군들에게 보급품으로 지급된 이후 오랜 시간 동안 유명세를 이어가다 1960년 공장 문을 닫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런데 뜻밖의 인물에 의해 재탄생됐다. 패션브랜드 ‘파슬(Fossil)’의 창업자인 톰 카소티스에 의해 시계 브랜드로 다시 태어난 것.미국인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던 샤이놀라는 미국 제조업 부활의 상징으로 활용됐다. 이름만이 아니다. 본사를 과거 미국 산업화의 메카이자 대형 자동차 엔진을 만들었던 디트로이트에 두고, 마케팅 메시지뿐 아니라 시계 본체에도 디트로이트 문구를 표시했다. 심지어 과거 제너럴모터스가 1930년대에 사용했던 건물을 매입해 이를 샤이놀라 공장으로 사용했다. ‘Made in USA’의 기치를 내세울 수 있는 모든 요소를 하나로 연결한 것이다. 하나하나의 요소들은 각기 다른 영역이지만, 이는 미국의 자존심이라는 가치로 수렴되고 고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줬다. 이 인상은 서로 상이한 것들의 결합에서 비롯됐지만 선명한 가치로 융합됐기에 샤이놀라는 시계에 그치지 않고 ‘미국이 만든’ 가방, 자전거, 문구 등으로 원활한 사업군 확장을 이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