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아마도 제이앤브랜드에서 가장 많은 글을 쓴 해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지난 ‘어바웃 브랜딩’에 이어 2017년에 발간될 두번째 책의 주제는 여전히 ‘맥락’입니다.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은 시대의 마케팅

움직이는 과녁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 맥락. 우리가 책 한 권을 통틀어 이 개념에 집착한 이유는 단 하나, ‘변화’를 이해할 수 있는 관점을 주기 때문입니다. 변화가 적은 세상에서는 변화의 단면을 깊이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으나 지금은 무엇을 분석하더라도 다양한 요소와의 ‘관계 속에서’ 변화의 ‘연속선상에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그래서 다시금 ‘맥락’입니다.

맥락을 파악해 변화를 제대로 이해한 다음 우리가 할 일은 ‘의미’를 부여하는 일입니다. 소비의 맥락과 기업의 맥락, 그리고 시대의 맥락을 하나로 포개어 의미를 만드는 것. 그것이 오늘날의 브랜딩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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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작하는 모든 브랜드들은 가장 단순한 맥락부터 단단하게 설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미 나와 있는 브랜드들도 자신만의 고유한 맥락을 규정하고 이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브랜드는 맥락 속에서 태어나고,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것 역시 맥락이기 때문이다.  p.009

맛이 넘쳐나는 시대에 ‘맛’을 좌우하는 것은 낯선 이들과 한 식탁에 앉아 먹었던 한 그릇 요리, 가족과 함께 했던 평범한 밥상, 여행지에서 우연히 먹었던 길거리 음식처럼 그때의 상황과 맥락이다. 이것이 맛보다 맥락을 요리하는 마케터가 필요한 이유다. p.043

맛있어서 하는 외식, 영화 보러 가는 극장, 책을 사러 가는 서점처럼 필요를 말하는 브랜드는 더 이상 끌리지 않는다. 새로운 경험을 주는 외식, 스크린 안과 밖을 연결하는 극장, 지적 호기심을 채우거나 고민을 발견하고 해결하는 공간으로서의 서점은 매력적이다. 새로운 맥락을 발견하고 발명하는 것은 오히려 본질에 가까워지는 일이다. p.050-051

브랜드가 단지 돈을 벌기 위해 뜬금없는 사업을 벌이거나, 고객들이 그들을 지지했던 최초의 이유를 망각해 버린다면 브랜드의 정체성은 흐려질 것이다. 그 반대라면, 가장 핵심이 되는 맥락을 중심으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오히려 더 강렬한 존재감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p.060

과거에는 구매로 나의 특별함을 표현했다면, 지금은 구매 전에 나의 특별함, 구매할 만한 자격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p.065

가장 중요한 대목은 이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오직 직원의 필요를 채워줄 때 달성될 수 있다고 믿는다.” 문화의 방향은 CEO가 제안할 수 있지만, 만들고 지속시키는 것은 직원이다. p.080-081

“Seeing is believing(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이 아니라 “Seeing is following(보는 것이 팔로워를 늘리는 길이다)”의 시대다. 시각이 미각을 견인한다는 점은 푸드 브랜드에서 명심해야 할 맥락이다. p.106

Z세대에게 메이크업은 쉽게 할 수 있는 놀이에 가깝다. 결점을 감추기 위한 수단이거나, 남들처럼 꾸미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다. 메이크업이든 여타의 제품이든, 하나의 이상적 이미지나 완결된 결말을 제시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 다른 사람의 기준이 중요치 않고, 주체성이 충만한 이들에게는 브랜드가 창조와 표현의 도구로 제시되어야 한다. p.116

시니어 시장에는 시니어가 없다는 말이 있다. 시니어, 노인, 고령이라고 정의하는 순간 외면 받게 된다는 뜻이다. 이들을 어떤 말로 정의하기보다는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의 시니어는 신인류다.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니어, 이들을 재발견할 시간이다. p.122

다양성의 시대, 개인의 취향과 의견이 그 자체로 미디어가 되는 시대, 모든 것이 콘텐츠로 존재하는 시대다. 소비자들이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브랜드, 자발적으로 공유하는 콘텐츠만이 살아남는다. 변덕스럽고 종잡을 수 없는 소비자들을 원망하기 전에 “내가 내 브랜드의 팬이라면”의 관점을 가져보자. 브랜드가 성장한다는 것은, 소비자를 즐겁게 해주는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갖춘다는 것이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맞추고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고 새로운 소비자들의 언어와 습관을 익혀라. 브랜드는 이제 고객의 희로애락을 교감하는 콘텐츠로서 연결을 만드는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 p.131

이제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참여감을 구매하는 시대, 즉 참여형 소비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전한다. 오늘날 젊은 고객은 우러러볼 수 있는 영웅 같은 브랜드가 아니라 친구 같은 브랜드, 그래서 자신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브랜드를 원하는 게 아닐까? p.141-142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다면 소형, 간소함, 공유, 안심(Small, Simple, Sharing, Safe)은 차별점이 아니라 기본 요건이다. p. 153

집단에서 개인으로, 삶의 주체가 변화하면서 이들이 택한 것은 현재, 의미, 경험이다. 가족의 미래가 아니라 나의 현재를 위해 소비보다는 의미를, 소유보다는 경험을 선택한다. 주체로서의 개인은 오로지 자신을 위해, 온전히 자신의 주관으로, 매일의 24시간을 주도적으로 만들어간다. 그들의 시간은 밀도 있고 충만하다. p.155

고객 경험이란 그런 것이다. 완벽하다 싶은데도 또 혁신하고, 혁신하면 당연했던 현재가 불편한 과거가 된다. 그렇게 아직 혁신하지 못한 경쟁자를 과거로 보내 버린다. 그래서 고객 경험 혁신은 마케팅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p.158

이들 모두는 온라인에서 약속했던 브랜드의 메시지를 오프라인에서 강화하거나 확장하는 방식을 취한다. 결국 모든 것은 오프라인 경험으로 귀착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앞으로도 공간에서의 브랜드 경험에 기반을 둔 커뮤니케이션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사람들은 단지 물건이 아니라 실제 삶에서의 경험과 스토리를 사고 있기 때문이다. p.180

물질적 소유보다 독특한 경험, 정신적 만족감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변화를 이끄는 시대에 시대상을 담아내지 못하는 기존의 비즈니스는 위태롭다. 기존의 허들을 뛰어넘는 방식이 서점에서 선행되고 있다. 이는 어떤 관점을 투영하느냐에 따라, 전통적인 경험의 공간에 완전히 새로운 가치가 제안될 수 있다는 좋은 텍스트가 된다. p.198

경쟁의 기회조차 없는 세상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다른 무엇도 통하지 않고 고객과 바로,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핫라인을 구축하는 것이다. p.199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사실은 혼자는 독립되기를 원할 뿐, 결코 고립을 원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언제든지 다른 혼자와 독립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기능적, 정서적 여지를 원한다. p.253

새로운 기술은 실제의 삶에 녹아들고 일반적인 사람들의 삶에 수용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제품별 경쟁이 발생하고, 경쟁의 칼날은 기술의 앞선 정도가 아닌 고객 삶의 이해도에 의해 벼려진다. 기술이 충족시키고자 하는 니즈를 회사 안에서 찾아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누구도 쉽게 그 기술에 대한 효용을 체감할 수 없다. p.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