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것은, 온라인 기업이 생각하는 오프라인 매장은 전통적인 유통기업과 매우 다르다는 것입니다. 아마존북스를 보세요. 쇼핑경험 자체가 기존 매장 자체와 많이 다릅니다. 아마존북스는 서적을 웹사이트 화면처럼 진열합니다. 고객이 책의 표지를 보게 되는 것이죠. 가격이나 회원서비스는 온라인과 동일합니다. 그리고 온라인에서 모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흥미로운 큐레이션을 선보입니다. 가령, ‘킨들 사용자라면 3일 내에 읽을 수 있는 책들’, ‘뉴욕에서 잘 팔리는 소설’, ‘고객리뷰 1만 건 이상 받은 책들’입니다. 아마존닷컴에서 모은 데이터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죠. 무한적재 가능한 온라인에 비해 매장은 아무리 커도 작습니다. 그래서 아마존북스에는 책이 많지 않습니다. 평점 4점 이상의 책만 진열하고, 없는 책은 온라인에서 사라고 합니다. 아니 이 매장에 온 사람에게도 굳이 팔려고 하지 않습니다.

아마존이나 온라인 기업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목적 자체가 ‘판매’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미 온라인이라는 탄탄한 수익원을 확보했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의 수익창출에 급급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데이터’죠.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그것 말이죠. 오프라인에서는 고객이 어떤 경험을 선호하고 어떤 자극에 반응하는지, 구매과정의 아주 디테일한 정보를 그들은 원합니다. 온라인에서 했던 것처럼 데이터가 어느 정도 쌓이면 그것을 바탕으로 다양한 고객경험을 설계하리라 봅니다. 당장의 한두푼이 아니라 미래의 큰 수익을 보고 진입한 것이죠.

아마존 말고 비교적 작은 기업들, 그러니까 와비파커나 보노보스, 캐스퍼 같은 온라인 스타트업도 오프라인 매장을 내고 있습니다. 이들은 데이터 수집에 큰 목적을 갖고 있기보다는 고객접점을 늘리는 것 그리고 고객경험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합니다. 역시 매장에서 바로 수익을 뽑겠다는 태도는 아닙니다. 이들도 매장마다 임대료나 임금같은 고정비 이상의 수익을 반드시 창출해야 하는 전통적인 오프라인 기업과는 다릅니다. 부담이 없으니 고객경험 설계의 폭도 더 넓어지겠죠?

오프라인 접점을 확장하고 있는 미국의 온라인 기업들, 와비파커와 보노보스

전통적 오프라인 기업은 불리하기만 할까요? 그들도 진화했습니다. 메이시스와 베스트바이, 자라같은 기업들은 온라인을 강화하면서 오프라인 전략을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전체 매장 수는 줄이고, 매장 규모를 키웁니다. 대규모 매장은 고객경험에 집중합니다. 몸을 가볍게 만드는 거죠. 베스트바이처럼 공간 일부를 임대해 매장 경험을 다채롭게 만들고, 수익도 올립니다. 이런 판매 외 수익이 생기면 고객서비스를 강화할 여유가 생기겠죠.


드물지만 점포를 늘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역시 미국의 백화점 체인인 콜스(KOHL’S)입니다. 콜스는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 매출 증가에 기여한다’고 믿습니다.1) 작년 콜스가 18개 매장을 폐쇄한 후 온라인 판매가 10%로 감소했다고 합니다. 보이지 않으면 멀어진다고, 눈에 보여야 오프라인에서건 온라인에서건 구매가 일어나겠죠. 콜스는 매장 수를 더 이상 줄이지 않기로 합니다. 다만 규모를 ‘축소’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매장이 작으면 진열할 수 있는 상품도 줄어들겠지만, 온라인 채널도 있고, 또 없는 물건은 배송해주면 되니까 문제 없다는 겁니다. 콜스뿐 아니라 영국의 아고스, 미국의 세포라도 같은 생각인 듯 합니다.

오프라인 매장 점포수를 늘리든 줄이든 어쨌든 이미 요지에 많은 고객접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오프라인 기업의 강점입니다. 적정 수준으로 재구성하는 등 효율화의 과제는 있겠지만요. 그리고 그들에게는 사람과 경험이라는 게 있죠. 온라인 기업은 ‘데이터’로 오프라인에 접근하지만, 오프라인 기업은 오프라인의 ‘경험’을 가지고 있죠. 오프라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츠타야서점이나 스타필드, 일렉트로마트나 현대백화점 판교 등등, 전통적인 유통기업들도 충분히 새로울 수 있습니다. 특히 이질적인 카테고리를 연결해 복합적 경험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노하우가 많습니다. 또 한가지는 ‘사람’ 혹은 ‘조직’입니다. 직접 고객을 대면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온라인이 갖기 힘든 능력이죠. 사람 개개인의 노하우일 수도 있지만, 조직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세탄 백화점에 갈 때마다 감탄하는 게 바로 이 점원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인데, 배려 받고 있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느낌? 이건 흉내내기 힘들 겁니다. 모방 불가능한 경쟁력 바로 ‘문화’이니까요. 한국야쿠르트나 아모레퍼시픽의 방판조직 같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조직적 특성은 단번에 만들기가 정말 어렵죠.

오프라인 매장이 많을수록 온라인 매출이 증가한다는 믿는 미국의 백화점 체인, 콜스

만약 오프라인 기업이 온라인 기업처럼 구매과정을 편리하게 만들거나, 개인화된 서비스를 할 수 있다면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겁니다. 다양한 페이기술과 배송서비스들이 구매과정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고 있죠. 곧 계산대 없는 무인점포도 가능할 겁니다. 개인화된 서비스는 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온라인에서 로그인하는 것처럼 오프라인에서도 고객 개개인을 식별할 수 있다면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해질 겁니다. 오프라인에서 실컷 즐기고 결제하거나 배송정보를 남길필요 없이 매장을 나갈 수도 있는, 그런 일들도 가능하겠죠.

국내에는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같은 온라인 공룡이 없어서 옴니채널 시대를 주도하는 것 역시 전통적인 오프라인 기업들이긴 합니다. 그래서 미국이나 중국처럼 온오프의 대비가 선명해 보이지는 않지만, 흥미롭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신세계의 ‘이마트24’나 롯데하이마트의 ‘옴니존’ 등도 주목해보시기 바랍니다. 다방케어센터를 오픈한 O2O기업 다방이나 호텔을 직접 운영하기 시작한 야놀자나 여기어때, 그리고 내년에 온라인 쇼핑몰을 열겠다는 이케아코리아의 움직임도 살펴보시죠.
옴니채널 시대의 유통, 이제야말로 흥미로운 변화가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