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의 ‘연결’이 아니라 ‘합체’다
우리는 옴니채널이라 부르는 것, 알리바바의 회장 마윈은 이를 ‘신유통’이라고 말합니다. 2016년 10월 알리윈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5가지 미래 트렌드를 발표하며 그 중 하나로 제시한 키워드입니다. “머지 않아 전자상거래라는 말이 사라질 것”이라고 해서 화제가 되었죠. 온라인으로만 존재하는 커머스는 더 이상 생존하기 힘들 거라는 말입니다. 앞으로는 온라인 플랫폼과 오프라인 매장, 그리고 물류 인프라는 하나로 통합한 ‘신유통’이 뉴노멀이 될 거라는 확신의 표현이죠.
마윈의 신유통은 옴니채널보다 한발 앞서가는 개념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옴니채널을 생각할 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것을 떠올리죠. 온라인에서는 온라인의 경험을 주고 오프라인에서는 오프라인의 경험을 주되, 두 가지를 자연스럽게(Seamless) 연결한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가격을 통일시키고 포인트도 적립해주고 온라인에서 사서 오프라인에서 픽업할 수 있게도 만듭니다.
한발 앞서간다고 한 것은 신유통은 ‘연결’보다는 ‘합체’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온라인에서건 오프라인에서건 온오프의 통합적 경험을 준다고 할까요? 아니면 오프라인을 디지털화한다라는 표현도 어울리는 듯합니다. 알리바바가 투자한 신선식품 유통업체 ‘허마셴셩(盒马鲜生)’은 신유통을 대표하는 사례입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데이터를 하나로
허마셴셩은 2016년 1월 상하이에 첫 매장을 선보였습니다. 현재는 13개 매장으로 늘어났죠. 모바일 앱을 통해 신선식품을 주문할 수도 있고, 매장에 가서 직접 보고 고를 수도 있습니다. 반경 5km 내라면 30분 안에 배달해줍니다. 특이한 점은 결제는 허마셴셩 앱(알리페이)으로만 가능하다는 겁니다. 앱이 없다면 깔아야죠, 현금으로 하고 싶어도 못하죠. 고객에게 엄청난 불편이지만, 이게 허마셴셩의 무기입니다. 아직은 부족한 오프라인의 고객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으니까요. 온오프의 고객경험을 데이터화하면 다양한 일들이 가능해질 겁니다. 고객 니즈에 빠르게 대응할 수도 있고, 물류를 효율화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새로운 고객경험을 설계할 수 있게 됩니다.
판매매장과 물류거점을 하나로
허마셴셩의 13개 매장은 신선식품을 파는 슈퍼죠. 하지만 동시에 물류 거점이기도 합니다. 앱으로 들어온 주문을 접수한 후 점원은 매장 내 물품을 장바구니에 담습니다. 장바구니는 천장에 달린 레일을 따라 이동해 매장 뒤에 있는 물류합류구역으로 갑니다. 배송상자에 담아 출고하기까지 모든 과정이 10분 안에 끝난다 하네요. 그래서 ‘5km 내 30분 배달’이 가능했겠죠.
온라인의 편리와 오프라인의 생동감을 하나로
온라인의 강점은 편리입니다. 결제도 편리하고 구매기록을 확인하거나 관리하기도 편합니다. 또 매장 내에서도 자유로운 이동성을 보장하죠. 가령 허마셴셩에서 랍스터를 구매한 후 바로 조리해서 먹을 수도 있는데요, 서서 기다릴 필요는 없습니다. 음식이 준비되면 앱으로 알람이 오니 매장 내에서도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매장 내에서 구매를 하더라도 배송이 가능하니 여전히 온라인처럼 편리하게 오프라인을 즐길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의 강점은 생동감이죠. 물질이 주는 풍요로운 기분,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활기찬 분위기가 있습니다. 꼭 내 눈으로 확인하고 사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신선식품도 그 중 하나죠. 이것은 어느 매장에 가도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경험입니다. 허마셴셩은 작은 아이디어를 하나 더 보탭니다. 천장을 따라 매달려가는 장바구니 말입니다. 내가 산 물건이 대롱대롱 매달려 가겠거니 하며 눈으로 확인하면 안심도 되고, 또 흔한 경험은 아니니 그 자체로 재미를 줍니다.
편리와 생동감 이 두 가지를 매장 안에서 한번에 경험합니다. 오프라인에 있지만 온오프의 통합이 주는 색다른 경험을 누리게 됩니다. 나중에는 흔하게 될지 몰라도 지금은 그 경험 자체가 큰 차별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