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서 한창 유행하는 것은 ‘일본’입니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자세, 일본의 장인정신’을 의미하는 모노즈쿠리 붐이 일고 있습니다.
2013년 문을 연 도쿄의 쇼핑센터 키테(KITTE)는 ‘Feel JAPAN’을 컨셉으로 일본 전국의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사랑 받은 노점포를 입점시켰습니다. 2010년 도쿄에 문을 연 니혼백화점도 ‘모노즈쿠리’와 ‘일본의 우수한 상품’을 테마로, 전국의 일본 장인이 만든 상품을 모아 소개합니다. 긴자의 도큐플라자는 ‘Find Japan Market’을 운영합니다. 신주쿠에 자리한 빔스재팬은 ‘메이드 인 재팬’을 테마로 패션, 잡화, 아트, 지방 특산품 등 다양한 컨텐츠를 보여줍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위축된 경기 속에서 정말 중요한 것, 소중한 것에 대한 사회적 고찰이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더불어 자국의 경기부양을 위해 해외의 공장을 다시 본국으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이 세계적인 흐름을 형성하는 것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메이드인 재팬뿐 아니라 메이드인 프랑스, 메이드인 USA이 이야기되는 것처럼 말이죠. 작게 글로벌 브랜드로는 구색차별화가 어려운 유통업계의 고민도 드러납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글로벌 브랜드만으로는 오프라인 매장에 사람을 끌어모으기 힘드니까요.
이세탄 역시 모노즈쿠리를 이야기합니다. 그들의 메시지는 ‘This is JAPAN’입니다. 미츠코시 이세탄 그룹은 이미 2011년부터 일본의 전통, 문화, 미의식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기 위한 노력을 벌여왔습니다. ‘Japan Senses’라는 메시지로 말이죠. 2015년 내건 ‘This is JAPAN’은 이것을 더욱 심화시킨 것입니다. 일본의 24절기를 주제로 하며, 별도의 홈페이지를 마련해 메시지를 전파합니다.
홈페이지에서는 절기마다 그 때의 가장 일본적인 것을 소개하고, 미츠코시 이세탄 그룹 유통점-이세탄 백화점, 미츠코시 백화점을 통해 판매합니다. 지금의 절기는 6월 21일의 하지(夏至)입니다. 태양이 가장 높고 그림자가 짧아지는 절기 말입니다. 일본장인의 부채, 냉 우동 등이 절제된 한 장의 사진과 아름다운 글로 소개됩니다. 가령 부채에 대한 글에는 일본 서양화의 아버지 구로다 세이키의 그림 ‘호반’(물가에 부채를 든 여인이 앉아있는 그림입니다)을 이야기하며 ‘부채가 여성을 아름답게 하는 소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일본 부채의 90%는 카가와 현의 마루가메라는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옛날에는 부채를 물에 담구었다가 사용해 더 차가운 바람을 만들었다는 팁도 잊지 않습니다.
이세탄의 ‘this is japan’, 일본의 24절기를 보면, 백화점이라는 유통채널의 지루함을 벗어 던질 수 있는 힌트가 보입니다. 글로벌 브랜드로 꽉 채워진 백화점, 혹은 무엇이 있을지 충분히 예상되는 백화점, 시즌별 세일 외에는 구색에 큰 변화를 발견하기 어려운 백화점에서 ‘일본’이라는 공간과 ‘절기’라는 시간을 결합하면 다채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시기에 가장 일본다운 것, 시간과 공간을 뼈대로 만든 스토리의 집에서는 무한한 이야기가 나올 듯 합니다. 이 시기 가장 한국다운 것을 고감도로 제안하는 스토어가 있다면 매력적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홈페이지에 가면 절기를 춤으로 표현한 영상이나 ‘this is japan’을 각 나라말로 표현한 것이 있고, 그들인 생각하는 ‘일본’을 보여주는 인스타그램 페이지도 있으니 들어가보시기 바랍니다. (메시지의 강력함에 비하면 미디어를 활용하는 방식이 조금 아쉽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