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긴자는 70~80년대 일본 버블경제 황금기를 상징한다. 지금은 다 꺼져버린 그 거품을 그리워하듯, 그리고 이에 선을 긋고 새로운 도약을 계획하듯 긴자는 지금 재개발이 한창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긴자 한복판에 자리 잡은 소니 빌딩이다. 도쿄 긴자 한복판의 소니빌딩(SONY Building)은 일종의 랜드마크다. 역시 소니의 전성기이기도 했던 60년대 후반에 세워져 소니의 혁신적인 제품을 전시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해왔던 소니 빌딩은 벽면의 독특한 TV브라운관으로 긴자의 명물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이 곳이 사라진다. 물론 당분간이다. 하지만, 소니라는 브랜드의 지속적인 몰락, 그리고 최근 다시 살아나는 명성을 생각하면 여러가지 감상이 든다.


확실히 소니는 지금 실적이나 시도에 있어 예전과는 다른 행보로 기대감을 준다. 소니라는 브랜드가 더 이상 추락하지 않고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평도 이어진다. 특히 많은 이들이 소니의 부활 이유로 센서를 든다. 실제로 소니는 작년 2887억엔의 영업이익을 낸 데 이어 올해는 이미지 센서와 프리미엄 TV의 성장에 힘입어 5000억엔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1998년 이후 역대 최고치이다. 미래 기술의 이끌어갈, 특히 자율주행과 관련한 다양한 기술들이 삶 속으로 들어올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이 시기에 소니의 센서는 과연 저물어가는 이 명가를 다시 부활시킬 핵심으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과연 그것만일까? 한때 소니 스타일이라는 고유 명사로 세계를 흔들었던 브랜드로서의 가치. 그것은 완전히 소멸된 것일까? 그렇지 않다. 기술이 소니만의 센스를 만나서 다시금 새로운 (혹은 기억 속의 바로 그) 스타일을 만들어내려고 한다.


소니는 ‘도쿄 장난감쇼 2017’에서 새로운 장난감 하나를 공개했다. 소니가 내놓은 것은 토이오라는 이름의 체감형 토이 플랫폼이다. 2017년 말 출시될 예정으로 공개한 토이오는 작지만 2개의 센서를 갖추고 이동이 가능한 코어큐브와 동작 인식이 가능한 2개의 링형 컨트롤러, 타이틀 카트리지를 삽입할 수 있는 콘솔로 구성되어 있다. 코어큐브를 조작하거나 제공된 프로그램으로 노는 일종의 공작 놀이이다. 예를 들어 코어큐브를 종이로 이어붙이면 자벌레처럼 이동하거나 술래잡기를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책상위 흔한 도구들을 활용해 여러가지 창의적인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소니의 신사업 육성 사내제도인 ‘Seed Acceleration Program’의 12번째 우승 프로젝트라고 한다.

나는 소니의 센스가 바로 이런 곳에 있다고 생각한다. 애플의 ‘Think different’ 이전에 소니의 ‘Something different’가 있었다. 압도하는 기술로서가 아니라 이미 있는 것들을 잘 관찰하고 불필요한 것을 제외하여 하나의 아이디어가 돋보일 수 있도록 집중하는 간결함. 하지만 그 심플함 이후에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센스. 이것이 소니를 소니답게 해주고, 과거의 향수를 집약하는 이미지가 아닐까?

토이오가 더욱 흥미롭게 느껴지는 것은 그 대상이 아이라는 것에 있다. 소니의 전성기 시절 우리 모두는 어린이였거나 심지어 태어나지도 않았을 수 있다. 다만 그때 뿌리박힌 소니 브랜드의 이미지는, 그 뒤로 애플과 삼성 샤오미가 차례 차례 자리바꿈을 하는 순간에도 잔존할 수 밖에 없는 각인의 영향력이 있다. 소니의 브랜드 이미지를 누군가는 추억속에서 되살리겠지만, 새로운 세대에게는 (전 세대에게 시대의 아이콘처럼 느껴졌던 그 느낌마저도) 그거 새로운 경험일 뿐이다. 재활성된 브랜드가 유년기의 고객에겐 그저 첫 경험이자 최초의 각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여러모로 흥미롭다.

브랜드의 흥망성쇄를 바라보는 것은 흥미롭다. 특히 애정하던 브랜드가 부침을 이겨내고 다시 살아나는 과정은, 흔치 않기에 더욱, 응원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도쿄 긴자의 소니빌딩은 거품경제의 잔상을 안고 잠시 사라졌다가,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 공원으로 조성된 후, 2022년에는 소니파크라는 이름으로 재탄생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곳은 또다시 새로운 긴자의 명물로 자리잡을 것이다. 바로 지금 다시 살아나고 있는 소니라는 브랜드가 소니파크라는 상징적 공간과 어떻게 공명하게 될지, 그리고 현재의 새롭게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뿌려진 씨앗은 그 시기에 이르러 어떤 형태의 꽃으로 피어나 있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