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먹거리를 독특한 방법으로 전하는 잡지가 <다베루 통신>이 있다.

“굴이 생기고 자란 스토리를 알게 되면, 먹는다는 행위에 대해 ‘이해’와 ‘감사’가 생겨나고 굴맛도 그만큼 더 맛있게 느껴진다. 이것은 그 어떤 일류 셰프도 흉내낼 수 없는 놀라운 조미료이다. 먹거리에 대한 배경지식을 안다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다. 혀 뿐만 아니라 머리도 함께 온몸으로 느끼는 것..먹는 것 이면에 숨겨져 보이지 않게 되어버린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것! 그곳에는 우리의 상상을 완전히 초월하는 풍요로운 세상이 펼쳐져 있다.”
– 다카하시 히로유키, 책 <우리는 시골 농부를 스타로 만든다>

다카하시 히로유키 대표는 2011년 동북대지진 복구 자원봉사 현장에서 서로 협력하는 모습에서 지방과 도시간의 교류가 가져오는 가치를 발견했다. 생산자는 원활한 생산활동, 소비자는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문제인식을 서로 공유하고 각자의 장점과 단점을 보충해줄 연결고리의 필요성을 느낀것이다. 그렇게 2013년 잡지 <다베루 통신>을 창간했다. 우리말로 ‘(음식을)먹다.’라는 뜻을 가진 <다베루 통신>은 매달 한개의 먹거리를 선정하여 관련된 정보를 깊이 있게 담은 잡지를 발간하고, 먹거리를 부록으로 제공한다. 자연스럽게 구독자는 먹는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고 생산자와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이 잡지의 디자인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먹을 ’식’ 글자가 중앙에 볼드하게 자리잡고 있고 해당 달의 먹거리가 고화질로 클로즈업되어 표지를 장식한다. 이처럼 잡지의 표지에서 내용까지 먹거리에 대한 정보, 품질, 안전함 등이 자신있게 담겨있다. 현재 <다베루 통신>은 37개 지역 8000여명의 구독자를 중심으로 먹거리를 재조명하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가장 쉬운 방법, 소비

필자는 <다베루 통신>이 먹거리(food)의 개념을 넘어 생각할거리(food for thought)’로 간주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하루 세 번 일상적으로 접하는 ‘먹거리’에 ‘생각할 거리’를 부여함으로써, 먹는 행위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였다. ‘먹거리에 대한 깊이있는 정보’를 중심으로 지역과 지역, 생산자와 소비자를 유기적으로 연결함으로써, 생산-소비 모델을 미래를 제시한다. ‘지방은 생산하고, 도시는 소비한다.’는 식으로 분리된 일본의 식문화에 커뮤니케이션의 혁신을 일으키며 지방과 도시를 잇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구독자는 내 식탁에 놓인 먹거리에 대한 생산과정, 생산자의 철학, 조리법 등 ‘먹거리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고 먹는 경험을 할 수 있고, 그 구독료를 통해 생산자는 생산활동의 가치와 후원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구독자와 생산자는 먹거리의 가치를 높이는 정보를 통해 끈끈하게 연결되고 1차산업인 ‘농업’은 ‘정보’라는 3차산업으로 바뀐다. 그렇게 도시와 지방 사이의 경제활동으로 선순환고리가 형성되며, 공생하게 된다. 다카하시 히로유키 대표의 “세상을 바꾸려면 음식을 바꿔야 한다.”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소비의 진화, 컨텐츠로 연결된 커뮤니티

“우리는 가장 사람들에게 친숙한 ‘먹거리’를 계기로 사회를 연결하고자 한다. 음식은 가장 보편적인 테마다. 한편, 농촌의 급속한 고령화, 고독사, 지역사회의 붕괴 등 함께 해결해야 할 사회 문제는 늘어나고 있다. 먹거리로 사람들을 연결하다보면, 조금씩 소비자 행동도 바뀌고 참여하는 시민도 늘어나게 될 것이다.” – 다카하시 히로유키 다베루통신 대표

<다베루 통신>가 핵심 미디어로 잡지를 선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방대하고 깊이없는 정보가 범람하는 이 때에 잡지는 ‘먹거리에 대한 정보’에 깊이감을 더할 수 있는 최적의 미디어다. 전문성과 깊이감을 더해지는 미디어인 잡지를 통해 구독자는 제대로 알고 먹는 행위, 먹거리를 향한 지적유희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그렇게 구독자를 ‘먹거리를 소비하는 개개인’이 아닌 ‘컨텐츠를 공유하는 집단’으로 만들어냈다.


다카하시 히로유키 대표는 한 지역에 구독자 상한선을 1500명으로 제한했다. 왜냐하면 한 명의 생산자가 제공할 수 있는 최대량이 1500명이고 생산자와 구독자가 공감하며 소통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이기 때문이다. 또한, 구독자 입장에서도 규모가 작으면 오히려 자발적 움직임들이 일어나 다양한 종류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생산자와의 연결고리가 생성된다. 이렇게 깊이 있는 정보와 제한된 인원으로 연결된 구독자와 생산자는 공동체지원농업(CSA;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을 통해 더 많은 컨텐츠를 양산한다. 생산자의 농가가 태풍, 지진 피해를 입으면 자발적으로 달려와 복구를 돕는다거나, 판로 개척이나 영업활동에도 도움을 주는 식이다. <다베루 통신>은 일본 전역에 먹거리 가치에 공감하는 네트워크, 커뮤니티가 점점 많이 만들어지는 것을 꿈꾸고 있다.

자신의 먹거리와 지역 사회를 위한 생산-소비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여 서로를 연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재생산하는 것. 가치소비사회인 지금 이 시대에 플랫폼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그려나가고 있다.

* 본문의 모든 사진 출처는 다베루통신 공식 홈페이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