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브랜드 전문가가 말하는 좋은 브랜드의 조건

컨셉이 아니라 맥락, 로열티가 아닌 팬덤
차별화가 아니라 반전, WHY가 아니라 WHO

답이 하나라면 애초에 고민도 없다.
이제는 답도 심지어 문제마저 시시각각 진화한다.

이 코너에 정말 제이앤브랜드 멤버가 쓴 책을 소개하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 ‘어바웃브랜딩’은 오랜 시간 함께 해왔던 두 브랜드 전문가가 브랜딩의 핵심 화두에 대해 각자의 시선으로 해석한 것을 묶은 책이다. 같은 주제를 놓고 두 사람이 독립적으로 글을 썼기에 읽는 사람이 뜻밖의 발상과 더 깊은 고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의 본질에 관해서는 두 사람의 의견이 완벽하게 일치한다. 두 브랜딩 전문가가 도달한 브랜드의 본질은 단순명확하다. 그것은 ‘진정 자기 이야기를 하고있는가?’이다. 자기의 DNA에 해당하는 자기만의 태도(Attitude)를 지금 이 시대의 고객과 잘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느냐에 브랜드의 성패가 갈린다. 두 사람이 편안하게 혹은 날카롭게 주로받은 대화를 두 사람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로 요약해 보았다. One 그리고 Another의 브랜드 이야기이다.

One의 프롤로그

‘브랜드를 고민한다.’ ‘브랜드에 대한 글을 쓴다.’ 이 두 문장 사이에는 만만치 않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브랜드를 고민하는 것’이 우리의 생업이다. 이런저런 카테고리의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규정하고, 새로운 스타일을 제안하고, 때로는 가던 방향을 다시 점검하여 전환하기도 하면서 매일매일 브랜드를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이에 반해 ‘브랜드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은 해도 그만, 하지 않아도 그만인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브랜드에 대해 오래 고민하다 보면 결국 콘텐츠를 남기게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브랜딩에 정답은 없다. 정답이 없음에도 결국 답을 찾아내야 하기에 우리는 컨설턴트로서의 경험에 철저히 의존한다. 컨설턴트가 답을 찾는 결정적 확신의 과정 중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집요한 ‘몰입’이다. 특정 이슈와 문제에 다각도로 몰입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하는 것이다. 이런 발견의 순간을 조금 더 빨리 만날 수 있는 길이 있다. 그것은 문제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과 가장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이 책은 수년간 거의 매일 해왔던 그런 대화들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맡고 있는 브랜드의 고민을 터놓고 얘기하면서, 다른 브랜드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일상의 재미있는 혹은 안타까운 사건들을 접하면서 나누었던 사소한 대화와 접점이 이 책을 엮게 만들어 주었다. 책을 출간하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정답 없는 브랜딩의 답을 찾아 헤매는 많은 분들이 크고 작은 고민에 빠졌을 때 편하게 꺼내 보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산을 오르다 숨이 찰 때 잠시 편히 앉아 쉬면서 지금까지 올라온 길을 내려다보며 평정심을 되찾고 다시 정상을 향해 오를 힘을 얻게 해주는 작은 나무 의자처럼 말이다.

Another의 에필로그

아주 예전에 있었던 일이다. 어느 성공한 브랜드의 매니저가 마침 필자가 다니던 회사에 입사를 했다. 어떻게 그 브랜드가 성공했는지 물어봤을 때 그가 했던 대답을 잊을 수가 없다.

“그냥 할 수 있는 걸 정신없이 닥치는 대로 했을 뿐인데, 이곳에 와보니 그걸 알기 쉽게 전략적으로 분석해두셔서 놀랐습니다.”

그때 우리가 하는 수많은 케이스 스터디와 벤치마킹은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 잘 포장된 결과물에 불과할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그때부터 나는 여러 종류의 ‘불변의 법칙’이란 타이틀을 불신했던 것 같다. 하나의 사안에 대한 단 한 가지 관점은, 설령 그것이 아무리 폭넓더라도 여전히 좁다. 보는 시각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고 해법이 달라지는 것, 그 자체를 안다는 것만으로 굉장한 무기가 생긴다. 그것은 바로 유연성이다. 유연한 사고와 접근이 가능한 사람과 조직은, 지금 알고 있는 방식보다 더 나은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고, 눈앞의 실패에서 빠르게 전환하여 개선에 쉽게 도달할 수 있다.

브랜딩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명확한 기준과 목표는 필요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을 고정시킬 수 있는 뚝심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변주할 수 있는 용기가 이어져야 한다. 이 책의 서로 같은 생각의 교집합에서 지금 놓치지 않아야 할 브랜딩의 본질을, 서로 다른 시각의 합집합에서 한없이 변화할 수 있는 브랜딩의 다양성을 발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