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이해하고 세대를 이해하고, 집단과 개인을 이해한다.’ 지금까지 마케터가 타깃을 알아가는방법은 이러했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세대’를 이해하는 것. 사람들은 나이에 따라 비슷한 가치관과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었고, 여기에 소득수준과 지역을 더하면 비교적 또렷한 특징을 지닌 몇몇 그룹을 뽑아낼 수 있었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를,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이해해왔다.
그러나 요즘은 어떤가?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거의 모든 세대가 새롭게 발견되고 있다. 시니어는 액티브 시니어로, 40대는 영 포티와 꽃중년이 되어 돌아왔다. 그리고 이제 드디어 마침내 우리는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타깃을 만났다. ‘1인’ 가구. 세대도 아니고, 집단도 아닌 이 불가사의한 존재. 그러나 이미 소비의 핵심 주체로 떠오르고 있는 이들. 세상을 바꾸고 있는 1인을 이해해보자.
형태로 보자면 ‘1인 가구’ – 4S는 기본
1인 가구는 2015년 이미 500만을 돌파했고, 2020년 전체 가구의 30%를 차지할 전망이다. 주거, 가구, 가전, 식품 등 대다수 시장이 4인 가구를 기준으로 해왔기 때문에 당분간은 무엇이든 4분의 1로 작게(Small) 만드는 게 변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소형주택, 1인 가구, 소형가전, 소포장 식품 등. 유통 역시 대형마트보다는 소형점포와 편의점이 부상한다. 이들의 또 다른 니즈는 간소함과 간편함(Simple) 그리고 공유다(Sharing). 공간과 시간이 부족한 이들에게 복잡함은 선택지가 아니다. 멀티기능의 가구와 가전, 요리가 필요 없는 간편식은 기본. 그것도 힘들다면 공유한다. 자동차, 의류에서 쉐어하우스, 오픈키친 등 공간까지 공유한다. 마지막은 안심(Safe). 조명제어 기기와 1인 보안 서비스 그리고 무인택배 등 불안을 잠재우는 상품과 서비스는 1인에게 필수품이나 다름없다. 1인을 타깃으로 한다면 Small, Simple, Sharing, Safe는 차별점이 아니라 기본 요건이다. 예를 들어, 1인 가구를 위한 스마트 조명 제어기기 ‘Switcher’. 기능은 단순하지만, 1인 가구의 불안을 잠재우는 필수품이다.
1인의 다양성을 인지하자
우리는 1인이 외롭다거나, 혹은 4인 가구에 비해 경제적 부담이 적어 여유가 있다는 관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1인은 형태일 뿐 특정 세대나 집단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서울개발연구원이 발표한 것처럼 1인 가구가 된 이유도 다양하고, 그에 따라 다른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을 보인다. 자신의 취향에 집중하고 트렌드에 민감한 골드세대, 풍요와 빈곤으로 양극화된 실버세대, 가성비를 따지는 산업예비군, 혼자 사는 것이 서툴고 외로운 불안한 독신자. 이들은 모두 1인 가구지만 공통점은 크지 않다. 편의점 간편식이 그저 간편하기만 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산업예비군에게는 저렴한, 골드세대에는 근사한, 실버세대에는 건강한, 불안한 독신자에게는 위로가 되는 각각의 간편식이 필요하다.
삶의 주체로서 ‘개인’을 발견하라
지금까지 가구 ‘형태로서 1인’을 살펴보았다면, 이제 선택의 ‘주체로서 개인’을 보자. 소비의 주체, 생활과 삶의 주체, 관계의 주체가 ‘집단’이 아니라 ‘개인’으로 변화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의류나 가전, 주거상품의 선택권은 ‘엄마’ 혹은 ‘부인’에게 있었다. 주는 대로 입는 ‘남편’과 사주는 대로 누리는 ‘부모님’ 혹은 ‘자식들’을 대신해 수많은 소비활동을 대행해왔다. 가족이라는 집단의 대표로 말이다. 그런데 어느새 가족의 구성원들이 각자의 소비를 시작했다. 남성만을 위한 명품 브랜드 편집샵 ‘미스터포터(Mr. Porter)’에서 그리고 남자들의 놀이터 ‘일렉트로마트’에 ‘남자’들이 모였다. ‘남편’, ‘아들’, ‘아빠’라는 타이틀을 떼고 자신만의 안목과 취향에 집중하는 하나의 ‘개인’으로서 말이다.
‘개인’의 선택은 ‘욜로’ – 현재, 의미, 경험을 택하다
집단에서 개인으로, 삶의 주체가 변화하면서 이들이 택한 것은 현재, 의미, 경험이다. 가족의 미래가 아니라 나의 현재를 위해 소비보다는 의미를, 소유보다는 경험을 선택한다. 주체로서의 ‘개인’이란 오로지 자신을 위해, 온전히 자신의 주관으로, 매일의 24시간과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시간은 누구보다 밀도 있고 충만하다. 1인 시대를 이해하는 브랜드로 다름아닌 스타벅스를 꼽는 이유다. 그들의 공간은 새롭게 규정되고 경험된다. 집은 잠자는 곳이라는 개념 혹은 방, 거실, 부엌, 화장실이 있어야 한다는 규정도 없다. 거실은 없지만 영화관은 있는 집, 작은 침실과 거대한 서점 혹은 다이닝룸을 가진 집, 고양이와 사람이 평등하게 한 칸씩 방을 나눠 갖는 짐, 집 전체가 드레스룸으로 꾸며진 집. 이들의 공간은 자신의 취향에 집중하고, 풍부한 경험이 일어나는 새로운 공간이다. 4인 가구가 해체되며 가족의 구심점이 되었던 대형 TV는 사라지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던 한 때가 있었다. 그러나 다른 의미로 대형 TV는 계속 소비될 것이다. 욜로 라이프를 택하는 개인들, 그 중에서도 TV에 가치를 두는 가치소비가 있기 때문이다
너와 나의 연결고리, ‘취향’
개인은 연결의 방식, 관계 맺음의 방식도 변화시킨다. 사실 집단이 삶의 주체인 사회에는 연결과 관계맺음이 중요하거나 혹은 새롭지 않다. 혼자이기 때문에 연결이 필요하고, 관계맺음이 활발한 것이다. 자유롭고 주체적인 개인들은 집이나 식탁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연결,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쉐어하우스, 소셜다이닝, 다양한 커뮤니티와 문화공동체 등이 그렇다. 전과 달리 이 연결과 관계맺음의 핵심은 필요나 의무가 아니라 가치관과 취향이다. 마케터가 주목해야 할 부분도 이 부분이다. 모든 브랜드가 고유의 철학과 스타일을 가져야 하는 이유, 모든 유통이 하나의 편집샵으로서 개성과 큐레이션력을 갖추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