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혼자 사는 삶을 궁색하다고 했는가? 이제는 나 홀로라는 것의 최첨단 시대이다. 먹고 살고 자는 모든 것에서 모든 비즈니스가 나 홀로 족을 겨냥한다. 이러한 현상을 가장 먼저 캐치한 곳 중 하나가 편의점일 것이다. 자취생의 친구. 편의점은 더 이상 편의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혼밥의 생애 비중이 극도로 높은 1인 가구에게 편의점은 단지 싼맛에 배부름만을 제안하지 않게 되었다.
욜로의 천국
과거 편의점이라는 공간을 정의하는 2가지 인식이 있었다. 24시간 열린 곳, 그리고 비싼 슈퍼마켓. 그 외에 특별한 경험을 주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편의점은 끊임없이 진화했다. 그리고 마침내 싱글슈머의 세상이 펼쳐지자 크게 공명하고 있다. 특히 ‘식(食)’이란 문화를 변화시킨 측면에서 영향력은 상당하다.
도시락을 먹는 것은 이제 한끼 떼우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골라먹는 재미, 어떤 것이 새롭게 나왔나를 기대하게 만드는 편의점의 일등공신이다. 실제로 도시락 매대에 서서 어떤 걸 먹을 지 고르는 즐거움은 상당하다. 게다가 가성비만이 전부가 아니다. 영양을 챙기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다. 거기에 멈추지 않는다. 다양한 취향을 반영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로 가정간편식의 고급화를 위해 각 편의점 사업자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대형 마트에도 존재하지 않는 특별한 상품들이 편의점에서 쇼케이스를 이룬다.
먹는 문화에 어찌 한끼 식사만이 전부일까? 싱글슈머 중 특히 욜로(YOLO)족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특별한 기획들이 넘쳐난다. 욜로는 ‘You Only Live Once’의 약자로 한 번뿐인 인생이란 뜻이다. 캐나다 가수 드레이크의 ‘The Motto’라는 곡에 등장한 ‘You only live once, that’s the motto YOLO’라는 가사에서 시작된 표현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건강보험 개혁안인 오바마케어를 홍보하며 직접 ‘Yolo man’이라고 하면서 더 유명해졌고, 옥스퍼드 사전에 등록되기도 했다. 현재를 사랑하고 즐기고픈 이들에게 편의점은 그들의 취향에 대한 접근성으로 승부한다. 하프 와인이나 칵테일 샷은 더 이상의 클럽의 전유물이 아니다. 혼자서 즐기기에 적당한 프리미엄 디저트도 편의점으로 속속들이 모이고 있다. 이렇듯 편의점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복합몰이 되고 있다. 밥집이자 카페이자 베이커리이며 또한 키덜트샵이기도 하다.
돌아보는 재미
대형몰이 버거운 사람도 편의점은 둘러보기에 그 사이즈가 참으로 적절하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헤맬 필요도 없이, 눈에 쏙쏙 박히는 신박한 아이템들이 매대를 가득 채우고 있다. 뻔함이 사라지고 펀함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특히 다양한 브랜드와의 콜라보 제품과 편의점에서만 만날 수 있는 기획 상품들이 시선을 끈다.
마치 패스트패션의 진화와 동일한 느낌이다. 스파 브랜드(SPA brand)로 대변되는 패스트패션은 번화가의 가장 접근성이 높은 곳에 위치해서 가장 쉽게 소비할 수 있는 대량의 public goods로 승부한다. 하지만 대동소이한 제품의 스타일에 만족도는 점점 떨어지게 된다. 그러한 것을 콜라보레이션이나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극복한다. 현재 편의점도 그런 공간이 되고 있다. 늘 필요한 생필품들 사이 사이에 동시대의 사람들이 가장 흥미로워할만한 아이템들로 지루함 따위는 한방에 날려버린다.
과연 지금의 편의점은 1인 시대를 대변하는 상징적 공간이 되었다. 게다가 그 공간이 주는 가치가 시대와 공명하는 느낌이다. 생계의 편함만에 머물지 않고, 편한 사치와 개인화된 맞춤을 제공한다. 과거 셀렉트샵에서나 볼 수 있었던 기발한 아이템이나 가장 흥한 콜라보가 다 이곳에 모여있다. 트렌드의 최신판이며, 눈길을 잡아끄는 핫함이 공간의 매력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이 공간은 그 다음을 설계한다.
감성으로의 침투
결국 뛰어난 접근성. 매일 지나치게 되고 (약국이나 의류 매장과 달리) 매일 들르는 이유가 명확히 존재하는 공간. 이 공간이 가진 특수성은 큰 강점이 되기도 한다. 아마도 편의점 사업자들이 바라는 것은 고객들의 정서에 깊게 침투하는 것일테다. 동네 슈퍼는 그게 가능했다. 슈퍼 아줌마 아저씨와는 하다못해 반복되는 눈인사만으로도 유대는 쌓이기 마련이다. 편의점은 그렇진 않다. 하지만 좀 더 경쟁력있는 공간이기 위해 나를 위해 존재하는 곳이라는 정서적 교감을 취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그러한 시도가 보인다.
CU에서 PB의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며 고객과의 접점을 감성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캐릭터라는 것은 늘 교감을 목표로 한다. 속성이 그러한 크리쳐이다. 결국 편의점이라는 공간의 정체성에 캐릭터라는 정서적 교감의 매개를 설계한 것이다. 색다른 재미를 추구하고 정서적 교감에 목마른 일인시대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편의점은 고유의 캐릭터가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좀 더 적극적으로 달려든다면, 분명 소기의 목표 이상을 거둘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공간의 정체성이라는 것은 머무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단순히 기능적 편의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반드시 정서적인 측면이 만족의 포인트가 형성된다. 편의점이란 곳도 일인시대라는 시대적 트렌드에 맞물려 그 공간의 정체성 자체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언제나 갈 수 있지만, 늘 새로움을 주는 기대감이라는 것으로도 희소하다. 그리고 그러한 색다른 감성을 중심으로 자기 정체성을 더욱 확장시켜나갈 것이라 생각된다. 동시대를 대표하는 하나의 상징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