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페디엠에서 시작해서 케세라세라를 지나 욜로에 이르렀다. 혼자서 영위하는 문화라는 것이 급격히 자연스러워졌다. 혼자 먹는 혼밥, 혼자 마시는 혼술, 혼자 떠나는 혼행까지 혼자라는 것의 자유로움을 만끽하려는 트렌드는 점점 활성화된다. 이러한 나 홀로 문화는 사회나 집단 속의 내가 아니라, 그냥 본연의 나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더 가치 있게 여기는 태도이다. 끊임없이 의식될 수 밖에 없는 타자와의 관계를 가볍게 무시해버리는 일종의 쾌감 같은 것이 존재한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혼자 식사하는 것에서 고깃집에서 혼자 고기를 구워 먹는 것까지의 ‘혼밥 레벨 테스트’같은 것이 그러하다.
그런데 혼자라도 정말 괜찮을까? 군중 속에도 고독을 느끼고 함께 있어도 네가 그리운 것이 인간이다. 그렇기에 1인 시대는 역설적으로 관계 지향적일 가능성을 내포한다. 나 홀로 문화를 찔러들어가는 빈틈은 결국 외로움, 그리고 그것에 대한 힐링이 아닐까 싶다. 최근 유행하고 있다는 혼행은 그러한 정서의 적극적인 해결로서 어필한다. 호텔의 1인패키지나, 친구와 함께 가야할 것 같았던 여행을 홀로 떠날 수 있도록 가이드해주는 상품들은 혼자여서 외롭다는 정서를 정면에서 파괴하는 방식으로 힐링을 제안한다.
하지만 어찌 늘 그런 진취적인 자세로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외로워도 슬퍼도 아무곳에서나 울지는 않겠지만, 지친 하루 홀로 남겨져있을 때 포근하게 나를 감싸거나 알아서 이해해주는 대상을 찾게 되고, 발견하면 눈길이 간다. 결국 싱글슈머를 대할 때 그 개인 개인에 대한 1:1로의 접근, 이해와 공감이 중요한 이유이다.
최근 SKT의 음성인식 디바이스 NUGU의 CF를 보면서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했다. 이러한 제품의 원조격인 아마존의 Echo의 경우, 첫 CF에 등장하는 것은 가족이라는 집단이다. 가족 안에서 또 하나의 가족으로 자리잡는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NUGU에서는 싱글라이프의 개인이 교감하는 모습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캠페인의 모든 소재가 그렇진 않지만, 의도적으로 싱글족에 집중한 느낌은 확실히 든다.) 제품과 기술의 특성 차이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이 사회의 상징적인 가족 구성 형태를 대변하는 것처럼 보여서 흥미롭다. 결국 NUGU CF의 스토리텔링도 개인화와 그에 따른 공감의 이야기이다. 단지 기능으로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위해주고 위로하는 정서적 접근이 싱글슈머에게 효과적이라는 판단일 것이다.
유사한 관심을 모은 사례가 있다. 온라인 스토어 ’29CM’의 루시(Lucy)이다. 어쩌면 루시는 사실상 그냥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의 푸시 메시지일 수도 있었다. 맞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상품을 잘 팔 수 있을까’를 고민이 아니다. 29CM는 오히려 이를 통해 고객에게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는 대범한 시도를 했다. 할인 알림이나 상품 추천을 하는 마케팅 툴이 아니라 음악을 추천하거나 위로의 글귀를 보내주는 등의 시도로 감성적인 교감을 하는 것이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 음악 같이 들을래요?
위로가 필요한 하루였나요?
게다가 이러한 서비스에 캐릭터를 부여해 공감의 대상자를 명확하게 형상화시키는 세련된 방식을 취한다. 그리고 그것을 느껴지게 하는 것은 말투이다. 기계보다 차가운 공급자의 말투, 혹은 최신 유행어를 총동원하여 시선을 잡아끄려고 애쓰는 판매자의 말투가 아니다. 나를 바라보는 매력적인 여성, 혹은 다정한 친구이거나 마음 따뜻한 지인을 떠올리게 하는 말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캐릭터를 형성한다. 루시가 그냥 하나의 재미있는 서비스에 불과하지 않은 이유는, 29CM 가 일반적인 트렌드보다 개인의 취향에 집중하는 ‘셀렉트숍’을 표방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판매를 위하기보다 소비자와의 교감에 집중하려는 시도는 그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공명한다.
혼자의 삶이 익숙해지고, 그 문화가 지배적으로 확장된다. 따라서 모두가 1:1로 아이컨택을 시도한다. 그 시선을 피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깊은 공감과 이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