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시대, 시간의 퀄리티를 팔아라

SBS의 ‘미운 우리 새끼’는 엄마의 관점으로 관찰하는 ‘나 혼자 산다’이다. 혼자 사는 아들의 하루하루를 함께 관찰하며 읊조리는 박수홍 엄마의 혼잣말 ‘쟤가 왜 저럴까’는 유행어가 될 지경이다. 30년 이상을 키운 아들인데 혼자 사는 아들의 모습은 낯설기만 하다. 얼마 전에는 허지웅이 혼자 일본출장을 다녀온 장면이 방송됐다. 도쿄의 유명한 혼밥 라멘집은 흡사 독서실을 연상케 하는 테이블들이 여유도 없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서빙하는 직원의 얼굴을 볼 일도 없이 정면의 커튼으로 주문지만 덜렁 내밀면 된다. 일본어 주문지에 면과 맛의 종류, 토핑과 사이드메뉴까지 정한 뒤 기다려 먹는 일에만 집중하고 나오면 된다. 과연 혼밥에 최적화된 시스템의 식당임에 틀림없지만 앞으로도 혼자 수없이 많은 밥을 먹을 1인들의 모습일까 싶어 처량하다. 이처럼 혼밥, 혼술, 혼영 등 방송에서는 이미 하나의 시장이 형성됐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1인 시대에 대한 관찰과 관심은 높아졌다. 그러나 정작 1인 시대를 맞이한 이상적인 브랜드들의 활동은 머릿속에 아직 잘 그려지지 않는다. 그래도 1인 시대의 트렌드를 가장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대비하는 분야는 역시 식품, 유통, 공간 분야이다.

혼자 보내는 시간의 퀄리티

아무리 고민해 봐도 1인 시대에 최적화된 브랜드는 아직까진 스타벅스다. 까페는 이미 누군가의 작업 공간, 혹은 도서관이 된 지 오래다. 책을 펴든 노트북을 펴든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쉽게 눈에 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가장 많은 곳은 스타벅스이다. 1인 시대의 고객들을 충족시킨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누가 봐도 처량해 보이는 1인석에, 벽만 바라보고 빠른 시간 동안 용무를 마치고 나오게 하는 1인 전용 공간의 물리적 특수성을 말하는 걸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1인 시대에 최적화된 브랜드로 아직까지도 스타벅스를 꼽은 이유는 1인 고객으로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의 퀄리티’ 때문이다. 단순히 물리적으로 1인석을 마련한다는 실행에 앞서 고민해 볼 것은 1인 고객이 느낄 정서적 특수성이다.

젊은 1인들의 인스타 성지, 대림미술관

20대, 30대들 사이에서 대림미술관은 일면 ‘출첵(출석체크) 미술관’으로 불린다. 소위 ‘핫한 문화를 즐기면서 산다.’의 인증 브랜드가 된 것이다. 실제 통계에서도 젊은 고객의 유입을 증명하는데 2015년 대림미술관 관람객 46만명 중 93%가 20~30대였다고 하니 감각있는 젊은 층 사이에서는 빠져서는 안되는 젊음이라는 문화의 한 페이지임을 보여주었다. 대림미술관의 젊은 층과의 교감의 가장 핵심적인 매력은 단연 볼만한 기획전시라는 컨텐츠 측면이다. 젊은 층이 공감하고 바로 보고 느끼기 쉬운 카테고리를 선정하여 머리 아프게 공부하여 난해한 그림을 감상하는 곳이 아니라 부담없이 와서 그저 ‘보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전시를 계획해왔다. 청춘의 단편을 보여준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전이 그랬고, 찬란했던 스와로브스키전이 그러했고, 명품브랜드들과의 출판 작업을 보여준 슈타이틀전이 역시 볼 만한 전시로 꼽혔다. 이곳에 오는 젊음은 혼자라는 것이 전혀 방해되지 않는다. 이 공간이 보여줄 임팩트, 시각적 충격, 공간에서 오는 감동으로 상쇄가능하기 때문이다.

젊은 층과 교감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중요한 매력 포인트는 바로 사진촬영의 허용이었다. 해외에선 파리 오르세 미술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이 카메라 촬영을 허용하고 있는데 국내에선 대림미술관이 선도적이며 대표적으로 촬영이 허용되는 미술관으로 꼽힌다. 뭔가 접근하기 어렵고 권위있어 보여야 수준있는 전시로 인식하는 전시업계의 패턴을 깨고 과감하게 혁신을 시도한 것이다. 혼자의 시간을 가장 퀄리티있는 한 컷으로 남겨주는 이 곳은 1인 시대의 높은 감성을 채워주는 필수 공간이 된다.

이처럼 1인 시대 브랜딩의 핵심은 혼자라는 시간의 퀄리티를 높이는 것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의 경쟁은 어떻게 고객의 시간을 확보(Life Share)할 것인가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본업은 까페이고 미술관이지만 그 어떤 놀이보다 더 즐겁고 세련되며 무엇보다 인스타 공유에 효과적이다. 두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이들이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점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시간, 즉 라이프쉐어(Life Share)의 관점을 제대로 관통하여 해소시켜 주었다는 점이다. 1인 시대를 목표로 하는 브랜드가 잊지말아야 하는 것은 바로 1인 고객의 시간을 가치있게 만들어주는 지점에서의 고객경험에 대한 고민이다.

1인이라는 물리적 특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1인 시대에 맞는 미학과 스타일을 고민하는 브랜딩이 궁극적으로는 1인 시대를 가장 잘 이해한 브랜드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