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식의 진화
대한민국 30%가 1인가구인 현재 이들을 겨냥한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 1인가구들이 가장 많은 지출을 하는 것은 무엇일까? BC카드의 조사에 따르면 1인가구가 가장 많은 금액을 지출하는 부분은 바로 음식이다. 이처럼 1인가구들에게 ‘밥’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몇 년 전만 해도 1인가구를 위한 혼밥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편의점’이었다. 그 때의 편의점 시장은 건강하지 않은 음식, 대충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먹는 음식이라는 인식이었는데 현재는 편의점도 ‘건강’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GS25는 다이어트 도시락 ‘유어스 가벼운 한 끼’를 출시하며 400칼로리 이하지만 영양소와 포만감을 높인 제품을 출시했고, CU는 가정식을 컨셉으로한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선보였다. 편의점을 이외에도 많은 브랜드들이 건강을 생각한 가정간편식을 내놓고 있다. 이마트는 어린 자녀에게도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피코크 ‘엄마기준’으로 볶음밥, 라면 등 식사류부터 쿠키, 잼, 와플 등 간식까지 총 50종의 상품 라인업을 선보이고, 신세계 피코크는 3년간 6배 성장을 이루며 커가고 있다. 롯데 또한 ‘요리하다’ 브랜드를 내놓으며 간편식 시장을 점점 넓히고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 간편식시장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데 외국의 간편식 시장은 어떨까?
브랜드가 말을 건네다
혼밥하면 떠오르는 국가 일본부터 살펴보자. 우리나라보다 독신가구 비율이 높은 일본은 일찍이 혼밥문화가 자리매김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일본 직장인 중 10명 중 7명은 점심을 혼자 해결한다고 나왔다. 독서실처럼 칸막이 좌석을 처음 선보인 라멘 체인점 ‘이치란’은 독특한 좌석 배치로 대박을 쳤다. 뿐만 아니라 샤브샤브, 고기같은 혼밥하기 어려운 메뉴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한 레스토랑도 등장했다. 더나아가 일본 브랜드는 비단 공간,상품에만 그치지않고 혼밥족을 위해 새로운 가치를 더해준다. 대표적인 예로. 일본의 라면회사인 닛신식품은 컵라면이 익는 동안 말을 걸어주는 웹사이트를 선보였다.
사이트에 접속하면 채소를 키우는 농민 설정의 미남 배우가 나타나 라면이 익을 때까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건넨다. 뜨거운 물 부었어?라는 말을 시작으로 정말 맛있게 먹네 등의 대화하는 듯한 말을 건네며 “채소가 가득 든 라이트플러스 골라줘서 고마워 ”같이 제품을 선전하는 멘트도 건넨다. 게다가 다 먹으면 기념으로 사진찍자며 셀카봉을 꺼내든다. 버튼을 클릭하면 모델과 합성된 사진까지 찍을 수 있는 흥미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일본은 이런 비슷한 콘셉트의 웹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며 혼자 식사를 하는 게 아니라, 마치 함께 밥을 먹는 듯한 기분이 들게하여 혼밥시간의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나보다 내 건강을 더 잘 아는 치밀함
런던에는 레디밀(ready meal 완전조리식품)분야에서 가장 선도적인 주자로 손꼽히는 막스 앤 스펜서가 있다. 막스 앤 스펜서는 2001년부터 심플리푸드(M&S Simply Food)라는 소규모 식품점을 운영해오는데 이 식품점의 주력상품으로 ‘밸런스드포유( Balanced for you)’가 있다. 로웨트연구소에서 과학자들로부터 조언을 받아 칼로리와 영양을 과학적으로 설계한 ‘밸런스드포유’는 직접 요리해 먹는 것보다 영양과 칼로리의 밸런스를 맞춰주어 자신에게 맞는 영양을 챙길 수 있다.
또 다른 주력상품인 ‘카운트온어스(Count on us)’는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만든 간편식으로 ‘밸런스드포유’와 마찬가지로 여러 제품 중 자신이 원하는 제품으로 식단을 짜서 계획적인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 이름처럼 ‘믿고 맡기는 다이어트식’이다.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들 웹사이트에 등록하면 매일의 칼로리를 계산할 수 있고 BMI지수 등도 챙겨볼 수 있다.
다 된 밥상에 숟가락만 얹다
미국에서는 한 끼 식사 분량의 손질된 식재료와 레시피로 구성된 Meal Kit판매가 급성장하고 있다. 대표적 브랜드로 ‘블루에이프런(blue apron)’이 있다. 블루에이프런은 유명요리사와 함께 개발한 레시피를 제공하여 가정에서도 레스토랑에서 맛 볼만한 특별한 요리를 즐길 수 있다. 키트를 정기적으로 배송받거나 식료품점에서 개별 구매도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웹사이트에서는 음식의 조리시간과 칼로리, 조리 영상 등 더욱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사용자들끼리 SNS로 의견을 나눌 수도 있다. Meal Kit는 이미 완성된 상태로 만들어져 나오는 상품과 달리 ‘내가 직접 요리’했다는 가치를 제공한다. 집에 손님을 초대했을 때 Meal Kit로 쉽고 간편하게 고퀄리티의 음식을 대접하며 ‘내가 요리한거야’라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고, 원재료의 싱싱함을 눈으로 보고 요리 과정에도 직접 참여했기 때문에 다른 간편식보다 건강하다고 느낀다.
이처럼 해외의 유명한 간편식브랜드들은 간편함을 넘어서 소비자에게 말을 건네고, 건강을 세심하게 챙겨주며 자신이 요리를 했다는 뿌듯함도 제공한다. 아직 우리나라의 혼밥 시장은 앞선 외국의 사례만큼 발전한 상태가 아니라고 본다. 혼밥의 대표브랜드 하면 딱 떠오르는 브랜드가 없으며 아직 간편함을 강조하는 단계에 머물러있다. 앞으로 간편식 브랜딩은 단순한 간편함을 넘어서 혼자만의 식사가 궁핍하지 않도록 더욱 다양한 가치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