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되는 1인들

1인시대를 맞이하여 많은 기업과 브랜드들이 1인 노래방, 1인 음식점 등 오롯이 ‘혼자’ 즐길 수 있는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세워지는 칸막이가 ‘혼자’의 외로움을 증폭시키는 고립의 장벽이 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자.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사실은 ‘혼자’는 독립되기를 원할 뿐이지, 결코 고립을 원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언제든지 다른 ‘혼자’와 독립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기능적, 정서적 여지를 원한다. 엄연히 ‘혼자’의 모습이지만, 취향과 목적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혼자’와 연결되고 함께 하는 모습, 필자는 이것을 ‘혼자들’이라 칭해본다. <나혼자 산다>에 담긴 연예인의 모습, SNS의 다른 ‘혼자’의 취향에 ‘좋아요’로 연결점을 찾으려는 모습. ‘혼자’가 ‘혼자들’로 연결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공간이 주는 편안함으로 연결되다

1인 시대를 상징하는 주거형태, 바로 쉐어하우스(Sharehouse)이다. 주거비, 생활비 부담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와 외로움이라는 정서적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서로 다른 ‘혼자’가 모여 살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 나고야에LT Josai라는 이름의 쉐어하우스가 있다. 이 곳에는 ‘혼자’를 ‘혼자들’로 만들어주는 특별한 요소가 있다. 일본 목조건물의 표준 모듈인 3,640mm 목구조공법을 기준으로 개인공간과 공용공간을 입체적으로 구분했을 뿐만 아니라, 특별히 ‘복도공간’에 주목하였다. 복도를 단순히 통로로 바라보지 않고 개인공간과 공용공간을 이어주는 기능적, 정서적 연결고리로 바라보고 넉넉한 공간으로 설계하였다. 자연스럽게 이 곳은 개인공간의 연장선이 되어 때로는 ‘혼자’의 편안한 공간으로, 때로는 취향이 맞는 ‘혼자들’을 위한 나눔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LT Josai’가 ‘복도’라는 공간적인 연결고리가 있었다면, ‘우주’는 비슷한 정서, 취향을 연결고리로 ‘혼자들’을 연결하고 있다. ‘우주’의 핵심은 지점별 서로 다른 ‘컨셉’이다. ‘미술가를 위한 집’ ‘캠핑을 위한 집’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집’ 등 주제를 담아 비슷한 취향을 가진 입주자들이 모여 살고 있다. 이들은 각자의 개인공간에서 ‘혼자’의 모습으로 살면서도, 공간속에서 자연스럽게 입주자들끼리 공감대를 형성하고 취미를 공유하는 ‘혼자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식사 이상의 경험으로 연결되다

소박한 식탁을 나누자는 취지로 미국에서 시작된 킨포크 정신은 1인시대와 맞물려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일상 속 평범한 행위인 식사가 ‘혼자’를 ‘혼자들’를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되고있다. 그 핵심에는 식탁위의 음식이 아니라, 식탁에서 오고가는 이야기와 감정의 교류가 있다. 식사를 통해 서로를 향한 긴장과 경계는 자연스럽게 허물어지고, 일상의 대화를 통해 ‘혼자들’은 서로 연결되는 것이다. 국내 최초 소셜다이닝 플랫폼 ‘집밥’은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참가자는 모임을 찾기 위해 첫번째로 기입해야 하는 조건은 바로 ‘모임의 주제’이다. 단순히 식사를 같이 할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공통된 취향과 관심사를 가진 모임을 찾는것이다. 식사 이상의 경험, ‘혼자’가 ‘혼자들’이 되는 연결고리가 바로 여기에 있다.

책을 중심으로 연결되다

독서기반의 멤버십 서비스 ‘트레바리’는 독서릍 통한 지적성장과 함께 다른 ‘혼자’와 연결될 수 있는 최적의 서비스이다. 참가자는 자신의 관심분야를 선택하여, 공통된 책을 읽고 독후감 및 토론을 하게 된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책 한권을 중심으로 정서적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지금의 나를 공유할 사람이 없다는 현대인의 외로움에 기반하여 관심사와 취향에 맞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 라는 윤수영 트레바리 대표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처럼 이제는 단순히 자신만을 위한 컨텐츠에 집중하는 1인시대를 넘어, 다른 누군가와 독립적으로 연결되는 시대가 되었다. 브랜드도 더이상 자신들의 이야기를 설파하는데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중심으로 비슷한 취향과 가치관을 가진 ‘혼자’와 ‘혼자’를 연결하고 조직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해야한다. 그래서 소비자는 나와 취향이 비슷한 누군가의 모습을 보며 사소한 위안을 얻고, 그 사이를 연결해준 브랜드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혼자’가 ‘혼자들’로 연결되는 1인시대를 이끄는 브랜드의 역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