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일. 식(食)에는 인생의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먹는 일을 어떻게 대하는가를 보면 삶에 대한 자세를 알 수 있고 삶에서 무엇을 얻으려는 지도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첫 문장이다. 너무 과장이다 싶기도 하지만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한 문장이다.

혼자사는 라이프스타일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행동은 아무래도 ‘혼자 먹는 것’이다. 혼밥이니, 혼술이니 혼자 먹어도 괜찮다고, 혼자 덜 곤혼스럽게 먹는 방법을 공유하기도 하지만 역시 어려운 건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혼자 먹는 기술 따위를 기술한 책이 아니다. 오히려 우루루 몰려다니며 먹는 것에 대한 볼성사나움으로 시작하여 당당하게, 혼자의 미식 스타일을 연구할 것을 당부한다.


사실 그는 직업적으로는 미식과 전혀 관계가 없다. 게이오대학 환경정보학부 교수인 그는 스스로 학자가 아니라 문필가라고 말하고 있고 실로 다양한 분야에서의 집필을 하고 있다. 그의 미식수업의 첫번째 챕터는 바로 ‘나 홀로’ 식사이다. 누구나 두려워할 법 한 혼자만의 식사, 그 과정이 철저하게 이루어져야만 자신만의 ‘먹는 일’을 확립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단골식당을 만들든, 책을 동반하든, 혼자만의 애티튜드를 개발하든 일단 혼자 먹는 것의 두려움을 극복하도록 권한다. 그 두려움을 극복하게 될 즈음, 미식의 교과서인 프렌치 요리(French cuisine)가 기다리고 있다. 프렌치 요리로 미식수업을 시작하는 것을 보면 그의 지향하는 바를 바로 읽을 수 있다. 그는 그저그런 혼밥의 레서피와 분위기를 말하고 싶은 것이 전혀 아니다. 제대로 된 ‘미식’을 ‘혼자’ 즐기는 것에서 진정한 인생의 묘미를 발견하기 바라는 것이다. 혼자의 라이프는 오히려 더 자신을 위하는 방향의 라이프스타일을 구축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을 따라가다 보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매일을 바쁘게, 혼자니까 대충, 먹는 것에 소흘히 하고 먹는 것 자체를 가볍게 여긴다는 것이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인지를 새삼 생각하게 만든다. 먹는 것을 둘러싼 시시콜콜한 편견에 대해 그는 에둘러가는 것이 없이 직선적이다. 그의 시니컬한 잔소리는 어쩌면 1인식,간편식에 대해 고정관념을 벗어나지 못한 안일한 기획으로 만족하는 많은 기획자들에게 적잖은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먹는 일이 재미있어 진다는 것은 단지 먹을 것과 같이 먹는 사람이 있어서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먹는 일에 대한 장소에 대한 인식, 기회나 매너나 타이밍에 대한 인식, 그리고 그것을 공유하는 상대방에 대한 인식을 모두 말하는 것이다. 이 책은 명실공히 이런 의미에서의 미식수업을 충실히 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루틴하기 그지없는 한끼의 식사이지만 나만의 미학을 더한 나만의 한 끼는 견고한 일상의 리듬이 된다. ‘먹는 일에 진지해 질’ 준비가 되신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