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은 결정력을 만드는 강력한 힘이다. 잘 설계된 도면으로 공간을 지어도 어떤 자재를 쓰는가, 그리고 어떤 가구배치를 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의 매력은 완전히 달라진다. 사람이 무언가에 ‘좋다’라는 감정에 이르는 것은 오감을 통한 본능적인 판단인데 이 과정에는 분명 특별한 그 무엇이 개입하고 그 특별한 것은 ‘매력’이라는 지점으로 얘기할 수 있다. 사전적으로 매력(魅力)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끌어들이는 힘을 말한다. 개개인이 느끼는 매력의 결은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항상 매력적인 것에 끌리기 마련이다. 주관적이고 취향을 타는 개념이지만 보통 무언가를 좋아하거나 누군가를 좋아하는 기준은 결국 매력인 것이다. 우리가 특정 브랜드를 좋아하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브랜드가 그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언어나 디자인을 통해 마련한 경험설계를 통해 고객은 아주 미묘한 방식으로 브랜드의 의도를 느끼고 행동하고 그리고 결국은, 좋아하게 된다. 브랜드는 어떤 프레이밍으로 매력을 설계하는가?

가전매장이 아닌 고급가구매장에서 파는 TV

TV인 동시에 그 자체로 훌륭한 인테리어 오브제인 삼성전자의 세리프 TV가 밀라노 가구 박람회(Salon de Mobile Milan)에서 전시를 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비트라, 알레시 등 세계적인 브랜드들과 협업해온 가구디자이너 로낭, 에르완 브룰렉(Ronan & Erwan Bouroullec) 형제가 디자인한 세리프 TV는 디자인 그 자체로 이슈가 된 제품이다. ‘세리프(Serif)’라는 이름에 이미 디자인에 대한 암시와 철학이 내포되어있다. 서체를 디자인하는 타이포그래퍼(Typographer)의 디자인 과정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의 철학은 이러하다. 서체디자인은 그저 글자를 검정색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White space’, 즉 글자가 그려지는 나머지 흰 여백의 공간을 고려하여 디자인하는 과정이다. 세리프 i의 형상처럼 상단에 생기는 공간에는 책이나 장식품 등의 다양한 물건들을 올려놓을 수도 있다.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이라는 메시지가 드러나는 지점이다. 크기와 초슬림의 컨셉으로 주변의 모든 것을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사람, 오브젝트들과 어우러지는 디자인이다.


세리프 TV는 유통에 있어서도 새로운 전략을 시도했다. 아름다운 생활오브제로서의 세리프TV는 기존의 일반가전이 유통되는 할인점, 가전양판점은 물론, 삼성의 디지털프라자에서도 판매하지 않는다. 세리프 TV를 사려면 백화점이나 고급 부띠끄 가구매장을 찾아야 한다. 삼성전자 웹사이트에서 경험하는 세리프 TV는 이미 제품 구분 자체가 다르다. 웹사이트에 구분하는 카테고리는 [TV/ AV/ 세리프 TV]로 아예 독립적인 하나의 카테고리를 표방한다. 세리프 TV를 TV카테고리에 넣지 않은 것은 세리프 TV 자체가 발산하는 매력의 그릇과 파워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애플이 ‘Think different’라는 고유의 생각과 고정관념을 넘어선 ‘궁극의 심플함’으로 보여주지 못했다면, 애플은 지금의 애플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애플은 애플이 가진 생각을 가장 매력적인 경지로 실현시키기 위해 끊임없는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2013년 입생로랑의 CEO 폴 드네브를 영입한 것, 2014년 버버리의 CEO 안젤라 아렌츠를 영입한 것도 지속적으로 디자인에 있어서의 매력을 유지한다 정도의 수준을 넘어선다. 애플은 IT제품을 패션제품과 다르지 않다는 인식을 이미 하고 있는 것이다. 명품시계 브랜드 태그호이어의 리테일 담당자 패트릭 프루니오를 영입한 대목에서는 애플의 스마트워치의 방향이 어떠하리라 예상했을 것이다.

대림미술관은 어떻게 20대들을 줄 세웠나?

12월의 일요일 오후, 제법 추운 날씨였음에도 통의동 대림미술관 앞에 줄이 늘어서기 시작했다. 줄을 늘어선 관람객들은 잘 차려입은 20대, 30대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젊은이들의 치열한 주말 데이트코스가 된 곳은 영화관도, 카페도 아닌 서촌의 한 미술관이었다. 새로운 시도를 아까지 않는 젊은 사진작가 닉 나이트(Nick Night)의 전시를 보려고 모인 것이었다. 20대, 30대들 사이에서 대림미술관은 일명 ‘출첵(출석체크) 미술관’으로 불린다. 소위 ‘핫한 문화를 즐기면서 산다.’의 인증 브랜드가 된 것이다. 실제 통계에서도 젊은 고객의 유입을 증명하는데 2015년 대림미술관 관람객 46만명 중 93%가 20~30대였다고 하니 감각있는 젊은 층 사이에서는 빠져서는 안되는 젊음이라는 문화의 한 페이지임을 보여주고 있다. 대림미술관의 젊은 층과의 교감의 가장 핵심적인 매력은 단연 볼만한 기획전시라는 컨텐츠 측면이다. 젊은 층이 공감하고 바로 보고 느끼기 쉬운 카테고리를 선정하여 머리아프게 공부하며 난해한 그림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부담없이 와서 그저 ‘보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전시를 계획해왔다.

청춘의 단면을 보여준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전이 그랬고 찬란했던 스와로브스키전이 볼만했고 명품브랜드들과의 출판 작업을 보여준 슈타이틀전 또한 볼만했다. 이런 경험이 쌓이니 젊은 층은 이제 대림미술관에서 하는 전시는 내용을 보지도 않고 약속을 잡는다. 그들이 보여줄 임팩트, 시각적 충격, 공간에서 오는 감동을 미리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층과 교감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중요한 매력 포인트는 바로 사진촬영의 허용이었다. 해외에서는 파리 오르세 미술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이 카메라 촬영을 허용하고 있는데 국내에선 대림미술관이 선도적이며 대표적으로 촬영이 허용되는 미술관으로 꼽힌다. 뭔가 접근하기 어렵고 권위있어 보여야 수준있는 전시로 인식하는 전시업계의 패턴을 깨고 과감하게 혁신을 시도한 것이다. 한남동에 확장한 분관인 디뮤지엄 역시 주말마다 콘서트, 아티스트 대담, 마켓 등을 풍성하게 오픈하면서 딱히 미술에 관심이 없어도 즐길 수 있는 컨텐츠들을 제공하고 있다. 미술관이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고 감상하는 공간이 아니라, 전시감상 후 먹고 놀고 쇼핑하는 것까지를 아우르는 일상속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하면서 그 매력을 더욱 높이고 있다.

본업은 미술관이지만 그 어떤 놀이보다 더 세련되고 즐거우며 무엇보다 인스타 공유에 효과적이다. 이러한 고객의 피드백을 받는 배경에는 그들의 매력이 지금의 소비자들과 통해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인식되는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이들이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점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시간, 즉 라이프쉐어(Life Share)의 관점을 제대로 관통하여 해소시켜 주었다는 점이다. 브랜드에게 있어 매력이라는 것은 바로 나의 시간을 가치있게 만들어주는 지점에서 나와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쌓이는 경험과 함께 발현되는 것이다. 브랜드의 매력에 대한 얘기는 단순히 네이밍, 디자인의 차원이 아니다. 브랜드의 컨텐츠를 어떻게 구성하여 소비자의 동선과 라이프스타일을 활용하고 점유(Share)할 것인가의 고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