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로마트가 새로웠던 이유는 ‘남자의 발견’이었다. 가전양판점이 ‘남자들의 놀이터’라니. 그네들의 놀이터답게 공간은 드론, 카메라, 스피커 그리고 맥주와 자전거, 이발소와 안경점으로 채워졌다. 다시 생각하니 오히려 의아하다. 이 많은 남자들은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사고 있었던 걸까?

체코에 꼭 가보고 싶은 미용실이 생겼다. ‘Make your Charm’이라는 뷰티살롱이다. 왜 굳이 체코까지? 이 곳은 사람만을 위한 미용실이 아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서비스를 받는 곳이다. 2시간 후면 더 멋진 집사와 더 멋진 고양이가 되어 다시 만날 것이다. 친구와 함께 미용실에 가는 소소한 즐거움을 이제는 반려동물과도 누릴 수 있다. 당신에게도 반가운 소식인가? 아니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인가?

성별과 연령, 학력과 소득수준으로 고객을 이해하던 틀은 유용함을 잃은 지 오래다. 1인가구 증가와 고령화라는 인구구조의 변화, 디지털 네이티브의 성장, 미디어 환경의 변화. 우리는 이런 조건들을 이해하고자 노력해왔지만, 아직은 현상과 수치를 넘어서지 못하는 듯하다. 일렉트로마트가 새롭고,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뷰티살롱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으니 말이다. 남성을, 노인을 새롭게 보라. 1인 가구와 디지털 네이티브를 이해하라. 1인, 디지털이라는 현상을 넘어 그들이 삶을 해독해보라. 그러면 새로운 맥락을 발견할 것이다.

건강하게 근사하게, 혼밥의 진화

가정간편식 시장은 2010년부터 연평균 14.5%씩 성장해오다(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발표), 2016년 2조원을 넘어섰다. 간편식으로 가장 호황을 누린 곳은 편의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편의점 업계 ‘빅3’의 도시락 매출은 CU가 168.3% 올랐고, GS25와 세븐일레븐이 각각 174.6%, 153.2%씩 증가했다.(컨슈머타임즈 ‘가정간편식 시장 놓고 편의점 대결 뜨겁다’ 2017. 1. 11) 이들 편의점은 각각 ‘백종원 도시락, ‘김혜자 도시락’, ‘혜리 도시락’에 주력하고 있다. 어떤 모델을 내세웠느냐의 차이일 뿐 ‘저렴하고 간편한 한끼’를 내세운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간편식이니 간편한 것은 기본이겠지만, 저렴함은 어떠한가? 1인 가구가 원하는 것이 꼭 저렴함일까?

영국의 리테일 브랜드 막스앤스펜서는 2001년부터 심플리푸드(M&S Simply Food)라는 소규모 식품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의 주력제품은 간편식과 바로 먹을 수 있는 신선식품들이다. ‘Balanced for you’는 고단백과 적정 탄수화물로 영양을 맞춘 간편식이다. 로웨트 연구소(the Rowett Institute of Nutrition and Health at the University of Aberdeen)의 자문을 받아 칼로리와 영양을 과학적으로 설계했다. 직접 요리하면 정성과 맛을 더할 수 있겠지만, 영양과 칼로리를 맞추기는 힘들다. 그럴 때는 이 간편식이 도움이 된다. 직접 식단표를 짜고 칼로리를 계산해 자신에게 맞는 영양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예 다이어트 목적으로 만든 간편식도 있다. ‘Count on us’다. 저칼로리 제품으로 밸런스드포유와 마찬가지로 여러 제품 중 자신이 원하는 제품으로 식단을 짜서 계획적인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 이름처럼 ‘믿고 맡기는 다이어트식’이다. 더불어 이들 웹사이트에 등록하면 매일의 칼로리를 계산할 수 있고 BMI지수 등도 챙겨볼 수 있다. M&S는 밸런스드포유, 카운트온어스와 함께 아이들을 위한 간편식도 따로 제조 판매하고 있다. 이들의 간편식은 ‘집밥보다 더 건강한 간편식’이다.

일본 도쿄에는 ‘니시키야’라는 레토르트 카레 전문점이 있다. 이들은 ‘근사한 레토르트’를 제안한다. 편의점, 레스토랑에 레토르트 제품을 납품하던 업체였지만 2013년 자체 브랜드 매장을 오픈하고 다양한 메뉴와 감각적인 패키지로 ‘레토르트 카레’에 대한 전문성을 과시한다. 더 나아가 브런치 레스토랑과도 콜라보레이션한다. 이들은 알고 있었을까? 혼밥족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초라해지는 것, 궁상맞아 보인다는 것을. 니시키야는 혼자 먹어도 근사한 밥상을 제안할 뿐 아니라, 한끼의 레토르트가 미각의 여행이 되는 작은 명분을 주고 있다.

메이크업이랑 美랑 무슨 상관? Gen-Z

디지털 네이티브라 불리는 밀레니얼 제너레이션.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로 우리나라로 치면 삼포 세대다. 이들은 새로운 소비주역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다. 더욱이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수식어도 어울리지는 않는다. 청소년 때부터 인터넷을 접한 이들과 달리 정말 날 적부터 인터넷이 생활이 된 Z세대가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Z세대(Generation Z, Gen Z)는 1995년부터 201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미국에서는 25%를 차지한다. 911 이후 태어나 줄곧 불황 속에 성장해왔다. 위험하지 않은 삶을 경험한 적이 없어 밀레니얼 세대보다 더 조숙하고 현실적인 경향이다. 또한 진정한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어렸을 적부터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국적을 뛰어넘는 세계를 경험해왔다. 따라서 다양한 가치에 열려 있고, 사업가 기질을 갖기도 하며, 거시적 문제도 자신의 일처럼 예민하게 반응하는 특징을 지닌다.

“메이크업은 아름다움에 대한 게 아니에요. 칠하고 놀고, 자신을 표현하고 변신하는 것이죠. 자신의 가장 멋진 버전이 아니라, 그냥 자신, 스스로 되고 싶은 자신이 되는 겁니다.”
– 메이크업아티스트 사라 힐(Sara Hill)

사라 힐 메이크업과 밀크 메이크업은 Z세대를 대변하는 메이크업 브랜드다. 먼저 사라 힐 메이크업의 룩을 보면 ‘아름답다’는 인상은 받지 못하지만, 미추의 개념이 흔들리는(?) 놀라움을 갖게 될 것이다. 이들에겐 아예 아름다움에 대한 획일적인 기준 혹은 강박이 없다. 타깃도 유니섹스다. 남성도 여성도 과감한 라인과 컬러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한다. 아이라인이 꼭 눈꺼풀 선을 따라가 필요도 없고, 아이셰도우나 볼터치가 자연스러울 필요도 전혀 없다. 그저 각자 표현하고 싶은 것을 거침없이 하면 될 뿐. 사라 힐은 이를 한 마디로 정리해버린다.

“Sara Hill make-up is make-up for humans”

밀크 메이크업은 Z세대를 더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들은 Z세대의 특성을 집약해 이를 브랜드화하고 타깃은 밀크세대(Gen Milk)로 규정한다. 비건(Vegan) 화장품으로 동물실험을 하거나 동물성분을 포함하지 않는다. 파라벤과 글루텐도 함유하지 않은 친환경 제품임을 강조한다. 패키지는 무인양품에서 영감을 받은 유니섹스 무드의 미니멀한 디자인이 특징적이다. 또 각 제품은 다용도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하나의 제품을 립스틱으로 블러쉬로도 쓴다.


Z세대에게 메이크업은 쉽게 할 수 있는 놀이에 가깝다.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결점을 감추고 싶어하는, 남들처럼 꾸미고 싶은 그런 세대가 아니다. 메이크업이든 다른 무엇이든 이들에게는 어떤 이상적 이미지나 완결된 결말을 제시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 다른 사람의 기준이 중요치 않고, 주체성이 충만한 이들에게는 창조와 표현의 도구가 필요할 뿐이다.

존재의 존중에서 시작되는 관계, LGBT

LGBT, 아마도 우리가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아니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게 맞을 것이다.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양성애자) 트랜스젠더는 우리와 함께 살아가지만 사회의 구성원으로 진지하게 혹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적은 없었다. 여전히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히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고 밝혔다 해도 이해보다는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러나 Z세대처럼 이들도 이해해야 할 대상이고 이해가 안 된다면 그냥 존재 그 자체로 포용하고 존중해야 할 것이다.

2016년 4월 페이팔은 노스캐롤라이나에 건립하려 했던 글로벌운영센터 설립계획을 취소한다. 연이은 ‘노스캐롤라이나 보이콧’ 중의 하나였다. 성전환 여부를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이 출생증명서상의 성별대로 공중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는 법률이 발효된 데 따른 의사표명이었다. 댄 슐펀 페이팔 CEO는 성명을 통해 사업 중단을 밝히면서 “이 결정은 모든 사람은 차별 없이 동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우리의 믿음을 반영한다. 일부 구성원이 법 앞에서 동등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곳에서 고용주가 되는 일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전했다.

2014년 성 소수자들의 축제인 ‘44회 샌프란시스코 프라이드 축하 행진’이 진행됐던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버거킹은 프라우드 와퍼를 판매했다. 고객은 무언가 다르리라 기대하며 와퍼를 주문했지만 조금도 다르지 않은 그냥 와퍼였다. 그리고 햄버거 포장지에는 “We are all the same inside”라는 문구가 쓰여있었다. 사람들은 한대 얻어맞은 표정이거나 눈물을 흘리는 성 소수자도 있었다.

2015년 티파니는 광고에 게이 커플을 등장시켰다 “Will you?”라는 카피 옆에는 손을 붙잡은 두 명의 남성이 환하게 웃고 있다. 178년 동안 이성커플만을 보여주었던 티파니는 이성커플이든 동성커플이든 모든 커플에게 약속의 상징이 되고자 했다.

LGBT 고객에 대한 브랜딩은 대다수 시의성이거나 단발적이었다.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이슈를 위한 마케팅이라는 지적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다. 페이팔의 사례처럼 자신의 영향력을 활용해 실질적 지지를 보내는 것이 더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LGBT를 대상으로 했다는 것 자체가 이슈가 되지 않는 때가 곧 올 것이다. 그 때 우리는 이들과 어떤 메시지로 어떤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