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달보다 맥락
크리에이티브의 시대였다. 얼마전까지는 그랬다. 미디어는 제한되어 있었고, 그 미디어를 쓰는 비용도 시장가가 명확하여 드는 비용에 따른 효과는 크리에이티브의 역할이 크게 좌우했다. 물론 지금도 크리에이티브는 중요성은 여전하다. 하지만 미디어 환경이 더 많이 변했다. 어떤 브랜드는 바이럴을 통해 이른바 빅히트를 낸다. 유튜브 등을 통해 조회수가 끝없이 올라간다. 들인 제작비를 생각해보면 대박도 이런 대박이 없다. 그것을 본 사람들은 다들 온라인 바이럴이 중요하다고 한다. 미디어는 개인과 결합하여 미디언스(미디어 + 오디언스 = 듣기만 하던 청중이 미디어가 된 시대)의 황금기를 열었고, 촘촘한 확산의 그물 위에서 추진력을 만들어내기 위해 다들 머리를 싸맨다.
그러다 마케터가 종종 빠지는 오류가 있다. 조회수, 도달률, 댓글과 좋아요. 이른바 지표의 함정에 빠진다. 당장 눈 앞의 숫자를 올리기 위해 좀 더 병맛스럽거나 좀 더 즉각적 반응을 위한 콘텐츠에 몰두한다. 마치 그것이 크리에이티브처럼 느껴진다. 그러다 잃어버리는 것은, 브랜드다.
폭발력 이면의 기재, 공감
모두가 주목했던 것은 기하급수로 팽창하는 바이럴의 확산력이다. 하지만 축제 같은 요람함이 끝나고 났을 때 무엇이 남는지를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 팽창과 함께 실려야 했던 메시지나 이미지는 어디론가 증발해버리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결국 애초의 목적이라는 것을 상실해서는 곤란하다. 미디어의 환경이 달라지건 말건 간에, 목표는 처음부터 하나였다. 브랜드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 그 이야기에 공감하기 때문에, 혹은 그 이미지를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주고 싶기 때문에 작동하는 미디언스야 말고 브랜드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기능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수단과 목적을 헷갈리면 공허해 질 수밖에 없다.
브랜디드 콘텐츠의 크리에이티브는 촘촘히 설계된 맥락 위에서 공감을 자아낸다. 미용 제품 브랜드 도브(Dove)가 지속해온 브랜드 캠페인이 좋은 예이다. 도브는 아름다움에 대한 일원론적인 기준에 저항하고 여성의 자존감을 회복하라는 주장을 2004년 Real Beauty 캠페인에서부터 지속해오고 있다. 캠페인을 시작하기에 앞서 도브의 내부 팀에서는 10개국 여성을 대상으로 연구 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오직 2%의 여성만이 스스로를 아름답다고 느낀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리고 획일화된 미의 기준을 다양화했을 때 여성들이 외모에 자신감을 갖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맥락을 설계했다.
2002년 전문 모델이 아닌 일반 여성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아 진행한 옥외 광고 시리즈, 2013년에FBI 몽타주 전문가가 자신과 타인이 묘사하는 몽타주를 비교하며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름답다(You are more beautiful than you think)’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던 ‘리얼 뷰티 스케치(Real Beauty Sketch)’ 영상, 2016년 예쁜 외모의 복서와 남자 같은 외모의 여성 모델 등이 등장해 자신의 외모가 사회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MyBeautyMySay 캠페인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움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는 커뮤니케이션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며 타겟이 되는 여성들의 공감을 바탕으로 매 캠페인마다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최종 도달이 아니라 첫 접점에서 마음을 사로잡을 것
마지막에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 안된다. 가장 중요한 건, 최초의 수신자가 가장 강력한 메신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의 메시지는 납득이 되어야하고, 그것을 자신의 지인에게 전파함에 있어 스팸을 뿌린다는 의식을 없애야 한다. 다른 사람이 보아도 재미있고 의미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면도기에 비싼 돈을 지불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라고 주장하는 달러쉐이브클럽이나, 온라인으로 마음에 드는 안경 다섯 개를 고르고 며칠 써본 후 반송한 후 가장 마음에 드는 새 안경을 받는 시스템으로 안경계의 넷플릭스로 불리는 와비 파커(Warby Parker)는 단지 그 아이디어가 신선하기 때문에 화제가 된 것이 아니다. 실제로 납득하고 동조할 수밖에 없는 솔루션을 제안하기 때문에 열광하는 것이다. 미디언스는 멍청하지 않다. 자기 이익에 철저한 개인들의 집합체이다.
다시 주목해야 할 것은 명확하다. 어떤 콘텐츠가 효과적으로 확산이 될 것인지만을 고민하다가는,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만다. 도달되어도 허무하고, 폭발력의 핵심도 빠져있다. 공감의 맥락을 설계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