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변화의 주요 맥락(Context)이 될 것

“뚱뚱한 사람들은 옷을 사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계적인 의류 브랜드인 아베크롬비의 마이크 제프리스 CEO가 과거 한 매체와 했던 인터뷰 망언의 후폭풍은 거셌다. 외모를 비하하는 이러한 발언은 인종 차별 등의 언행들과 엮이며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었고, 전세계적인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그야말로 월드와이드급인 셈이다. 그 결과도 참혹했다. 한때 10대 청소년들의 유행을 선도해왔던 아베크롬비의 판매는 지속 감소했다. 물론 여러가지 복합적 이유이지만, CEO의 발언이 불을 붙인 건 사실이다. 결국 20여년간 회사를 이끌었던 마이크 제프리스는 자리에서 물러난다.

이렇듯 CEO가 회사와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 영향력의 파워는 역으로 악영향의 사례에서 더 잘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대한민국 유수의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CEO 리스크에 몸살을 앓은 바 있다. 오랜 시간 공들여 쌓아온 브랜드 자산을 한방에 무너뜨리곤 한다. 그걸 복구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기도 한다.

CEO를 이른바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라고 한다. 사장실에 갇혀 은둔하는 이들도 여전히 많지만, 점점 더 CEO에 대한 관심과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정보 노출은 점점 대세가 되어간다. 왜 그럴까? 한 사람이 가진 생각과 언행, 그 사람이 밟아온 역사와 미래에 대한 비전 자체가 다른 어떤 것보다도 강력한 브랜드 콘텐츠가 되기 때문이다.

CEO의 삶에 대한 태도를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연결하라

기업과 브랜드가 말하는 진정성의 근거를 사람에게 찾았을 때 그 효과는 강렬하다. 아무리 멋진 수사와 설명보다도 실제 사람의 인생을 관통하는 스토리의 힘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의 창업자인 유일한 박사에 대한 미담이 여러 매체와 소셜미디어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확산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기업가이자 독립운동가이고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완벽히 실천했던 것으로 평가받는 유일한 박사의 인생은 언제나 주목과 감탄을 주는 콘텐츠이다. 유한양행은 덕분에, 믿을 수 없을 만큼 환상에 가까운 기업인이 만든 회사로 주목받는다. “가장 좋은 상품을 만들어 국가와 동포에게 도움을 주자”는 창업자의 모토도 기업의 진정성에 힘을 싣는다.

한편 유한양행은 그러한 창립자의 정신을 여전히 실현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과제를 부여 받기도 한다. 더 날카로운 도덕적 잣대와 싸워야 하기도 한다. 이익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업에게는 쉽지 않는 환경일 수 있다. 하지만 더 어려운 것이 무엇일까? 그러한 긍정적 기업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더 어렵다. CEO로부터 부여 받은 역사적 실체를 가진 회사라면, 그런 제약이라도 오히려 감사할 따름이다.

CEO의 비전을 브랜드와 연결하라

과거에는 스티브 잡스가 그러했다. 그의 존재감만으로 혁신이라는 비전을 기업에서 제품 하나하나에 수혈했다. CEO가 가장 명확하게 비전을 제시하고, 타협 없는 행보로 스스로 아이콘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리더의 비전이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났을 때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아이폰 4S는 잡스의 유작이라 불려지며 순식간에 급부상했으며, 애플은 잡스 없이도 혁신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모든 순간에 안간힘을 써야 했다.

자신의 비전을 중심으로 기업과 브랜드의 미래상을 그려내는 것에 능숙한 사람으로는 테슬라모터스와 스페이스엑스의 CEO인 엘론 머스크가 있다. 그는 젊은 시절 일찌감치 스스로 미래 사회를 위한 비전으로 인터넷(Internet), 우주(Space), 청정에너지(Clean)의 3가지를 정했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이야기이다. 그가 전개하는 비즈니스는 이러한 비전으로 자연스럽게 해석된다. Paypal(인터넷 비즈니스), SpaceX (우주)라는 테마에 이어 테슬라나 솔라시티는 청정에너지라는 비전에 의한 행보이다. 테슬라가 단지 ‘차’에 대한 사업이 아니라, 미래 환경을 위한 대비라는 거시적 관점의 맥락을 강조할 수 있는 것은 엘론 머스크라는 사람이 지닌 인생의 서사가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 속, 가장 강렬하게 드러나는 ‘사람’

결국 고객들은 브랜드 안에 존재하는 사람을 발견하고자 한다. 이건 신뢰의 문제이다. 내가 지불하는 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어떤 믿음을 가질 수 있는지를 ‘사람’을 통해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브랜드를 작동시키는 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 중 CEO는 단연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아무리 숨고 싶어도 예전처럼 뒷전에 빠져있기 어려운 시대이다. 어중간한 행보보다는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서 브랜드의 미래상을 밝히는 아이콘이 되어야 할 것이다. CEO는 가장 적극적인 브랜드 매니저이자, 크리에이터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