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해결’ 에만 골몰했었는데 핵심은 ‘연결’

‘오가닉(Organic)’ 타이틀을 한 세 번째 책이다.오가닉 미디어’에서 ‘오가닉 비즈니스’, 그리고 ‘오가닉 마케팅’까지 세 권의 책에서 일관성있게 주장하는 것은 제품이 아닌 ‘연결(Network)’에 관한 것이다. 연결이라니? ‘연결’은 새삼스럽고 당연한 얘기이고 이미 철 지난 얘기 아닌가? 라는 생각이 이들을 피상적으로 접했을 때의 필자의 반응이었다. 막상 2016 년 1월 ‘오가닉 비즈니스’가 출간되던 시기의 워크샵에 참석하고 필자가 남긴 메모는 이것이었다. ’문제해결’ 에만 골몰했었는데 핵심은 ‘연결’이었다는 단순하고 귀한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자리.”

그랬다. 모두가 알면서도 체감하지 못하는 지점에 ‘연결’이라는 중요한 단서가 있었다. ‘오가닉 비즈니스’에서는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의 말을 인용한다. “우리는 물건을 팔아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구매 의사 결정을 도와서 돈을 번다”라고 말했다. 베조스의 말에 고스란히 ‘고객 간의 연결’을 강조하는 오가닉 비즈니스의 핵심 가치가 담겨 있다. 오가닉 비즈니스는 ‘고객 간의 작은 연결에서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이걸 자산으로 더 많은 연결을 만드는 비즈니스’다. 월마트와 같은 전통 비즈니스에서는 제품 그 자체가 거래의 대상인 반면 오가닉 비즈니스에서는 연결이 거래의 대상이다.


‘오가닉 비즈니스’ 워크샵 이후 딱 1년 만에 ‘오가닉 마케팅’ 출간을 기념하는 워크샵에 참석했다. 장소는 최인아 책방이었다. 최인아 책방은 광고인 최인아의 맥락이 그대로 공간으로 구성된 장소이다. 이 서점의 1위 판매를 기록한 책이 ‘오가닉 미디어’였다는 이 사실 역시 이 책방과 책방의 고객으로 형성된 일종의 맥락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최인아 대표가 워크샵 모두 발언에 얘기했듯이 이 책은 기존 2개의 책보다 더 래디컬(Radical)한 책이다. 이 책은 전혀 망설임 없이, 조금의 의심도 없이 광고의 소멸, 그리고 광고와의 이별을 이야기한다. ‘컨텐츠가 된 광고’는 이미 광고의 소멸을 알리는 현상이 되었다. 제품에 대한 ‘경험’이 광고가 되어버렸고 고객의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에서는 지속 가능한 힘이 없으면 무엇이든 소멸한다.

고객이 영업사원이라고 얘기했던 이들은 정말로 고객을 하나하나의 서점으로 참여시키고 또다시 연결한다. 필자는 워크샵에 참석후 받은 메일을 받고 자발적으로 163번째 일인서점이 되었다. 오가닉 시리즈는 기존 출판, 유통방식이 아닌 일인 서점의 개념을 시도해왔다. 전통적인 방식의 출판은 독자가 누구인지, 누구의 추천을 통해 구매하는 지의 중요한 연결 정보를 전혀 남기지 못한다는 경험 때문이라고 한다. ‘일인 서점’은 오프라인 서점처럼 책을 진열하고 쌓아놓지 않아도 개개인의 연결만으로 판매를 하고 추천을 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본인이 동의한 좋은 컨텐츠에 대한 만족, 무작위 추천이 아니라 좀 더 적극적인 방법, 정확한 경로를 통한 추천, 불확실을 없애는 방식의 판매를 실현한다.

이 책의 미덕은 세상의 변화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서 한 발 나아가 ‘생각’이란 걸 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4차산업 ‘혁명’이라고 한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이 한참 이슈더니 이제 인공지능, 로봇인가? 이런 식의 호들갑은 우리의 생각에, 비즈니스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이런 거대 이슈들의 진짜 핵심마저도 결국은 ‘연결’이다. 개별 기술의 수준은 이미 올라온 상태이고 지금 산업혁명의 수준의 논의가 이뤄지는 것의 핵심은 이 개별 기술들이 이제 서로서로 연결이 되었다는 지점이다. 그래서 더 폭발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 변화의 시기에 각자가 보유한 강점은 무엇인지, 이것이 강점이라 할 수 있다 해도 이것이 충분히 연결되어 있지 않다면 그것은 여전히 강점인지를 깊이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흔치 않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누구에게 추천할 수 있을까? 광고, 브랜드, 미디어 관련된 이들은 아마도 더 열광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변화의 시대를 통과하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 모두에게 모두 적합하다. 변화의 시기를 그저 막연히 고통스러워하는 것 이외에는 달리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우리는 과연 ‘어떤’ 변화의 대목에 있는 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고객을 다시 정의하라

“광고가 마케팅의 꽃이라던 그 시절에 제가 있었는데..그래서 오가닉 마케팅을 읽고 가슴이 아팠다”는 최인아 대표의 워크샵 마무리 발언은 많은 사람들에게 비슷한 감정의 잔상을 남겨주었다. 과거에 잘나갔던 산업, 아직까진 괜찮은 직종이라는 것이 이 연결의 시대에 어떤 모습으로 소멸될지, 혹은 더 굳건해질지를 말이다. 오가닉 마케팅 출간 워크샵을 다녀온 이 날 필자의 메모에는 하나의 문장이 숙제처럼 남겨졌다. “고객을 다시 정의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