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그곳에 가는가?
과거 복합몰의 대명사였던 코엑스몰이 거듭된 침체 후 신세계의 스타필드 코엑스몰점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되었다고 한다. 아직은 똑같은 공간이 단지 이름만을 바꿨을 뿐이다. 물리적으로 늘 그 자리에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공간’이라는 것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제품처럼 리콜을 할 수도 없고, 서비스처럼 일시에 변화하기도 어려워서 서서히 변화를 마치기 전까지, 한동안은 그냥 이름만 바뀐 상태일 뿐일 것이다.
그런데 이 이름만 바꾼다는 것이 그 자체로 큰 의미를 준다. 방문의 목적과 기대를 새롭게 변화시킨다. 특히 복합몰은 더 그렇다. 우리는 그곳에 왜 가는 것일까? 이유는 다양하게 산재된다. 단일한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집합적 개념이 아니다. 다양한 매장이 빅 사이즈의 공간에 모여있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가치를 제시하지 않는다. 그런 경험은 이미 충분하다. 오히려, 일부에게는 피로감을 줄 확률이 높다. 실제로 복잡한 동선과 어디에 무엇이 있는 지 알기 어려운 정보 접근성의 소실이 현재의 코엑스로 이르는 과정을 가속했다. 그런 면에서 스타필드는 하남에 1호를 공개하면서 공간의 정보보다 공간브랜드의 정체성을 먼저 선명하게 제시했다. 뭐가 다르냐가 아니라, ‘우린 어떤 곳이다.’ 즉 ‘무엇을 기대하고 와라.’는 것을 또렷하게 보여줬다. 이들이 제시한 컨셉은 ‘쇼핑테마파크’였다.
시간과 장소의 상관관계
단지 무엇을 사기 위해 대형유통매장을 가지는 않는다. 사려는 대상이 명확하면, 그외의 행동은 불필요하다. 그냥 사서 빨리 나오면 된다. 심지어, 온라인 쇼핑이 있다. 끊임없이 온라인과의 대결 양상에서 주도권을 잃어가기만 했던 오프라인의 연속된 패인은 단지 가격 경쟁에 국한되지 않는다. 장소는 반드시 시간과의 상관성을 가진다. 현대의 우리 모두는 제한된 시간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시간 자체가 중요한 가치로 환산된다. 빠름이라는 효율성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들였을 때 얻는 가치의 총합을 계산한다. 오프란인이 온라인에 밀렸던 것은, 무언가를 사기 위해 들이는 시간이 그 경험의 만족도로 환원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장에 가서 사는 부가적인 경험이 클릭 한번에 사는 편리함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복합몰은 반드시 고객의 시간을 설계하게 된다. 변화된 라이프스타일을 생각하면 원스탑의 기치는 쇼핑에 머무를 수 없다. 쇼핑은 기본이고 문화, 레저, 위락, 관광, 힐링의 원스탑이어야 한다. 사실 이런 구호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타필드는 아쿠아필드, 스포츠몬스터, 일렉트로마트와 같은 랜드마크 속의 또 하나의 랜드마크를 구성함으로서 컨셉을 실증한다. 과거엔 복합몰에 당연하게 따라붙은 멀티플렉스 극장이 일부분 그 역할을 해냈었지만, 지금은 차별성이 없다. 디즈니랜드나 에버랜드와 같은 테마파크에서도 가장 대표할 수 있는 어트랙션을 통해 각 테마를 강화하는 것처럼, 가족 놀이터라는 컨셉에 걸맞는 구체적인 경험(힐링, 오락, 취미 등)과 세그멘테이션된 타겟 그룹을 지목한다.
공간의 기능적 구성이 아니라 정서적 얼개
스타필드도 정작 가보면 사실 별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사람은 많고, 거대한 공간이 주는 방향 혼동과 피로감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사이니지를 잘 만들고, 동선을 잘 구성하더라도 사람이 순간이동 능력과 천리안이 없는 한, 단일하고 소박한 공간이 주는 것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결국 공간에 대해 기대하는 정서적 프레임을 어떻게 제안하느냐가 성패일 수밖에 없다. 똑같은 경험만을 바라보게 하면 한없이 똑같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애초에 관점의 물꼬를 다르게 틔어야 한다.
코엑스몰은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고 경험했다. 2013년부터 3000억원의 비용을 들여 1년8개월여간 리모델링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리브랜딩은 되지 않았다. 코엑스몰이 스타필드로 간판을 바꾸는 순간, 기대의 형태가 변화한다. 사람들은 하남 스타필드를 통해 경험했던 동일한 기대치를, 주인이 바뀐 코엑스몰에 요구할 것이다. 코엑스몰에게는 기회이자 스타필드에는 위기일 수 있다. 브랜드 확장은 늘 이러한 양면성을 가진다. 이미 성공한 브랜드가 다른 영역으로 확장할 때,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강화될 수도 있고 희석될 수도 있다. 다행히 스타필드는 명확한 컨셉으로 공간 브랜드의 자기정체성을 확실히 했다. 그 색깔을 잃지 않고 마인드마크를 확장할 시험대이다.